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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80년 5월 26~27일 전남도청 마지막 밤 이야기”

5·18 40주년 문화로 만나다 <10> 정도상 소설 ‘꽃잎처럼’
전남도청에 모인 사람들 목표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여는 것
등장인물은 모두 실재한 사람들

 

“5·18은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 필연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광주·전남민주민중운동의 도도한 역사가 없었다면 5·18도 없었을 테니까요.”

정도상 소설가는 광주 사람이 아니다. 경남 함양 출신이다. 5·18도 직접 겪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문학 출발은 5·18이다. 1987년, 오월항쟁 이후 운동권 학생들의 교도소 생활을 핍진하게 그린 단편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에 앞서 같은 해 단편 ‘우리들의 겨울’이 전남대 5월문학상에 당선돼 오월문학의 중심작가로 떠올랐다.

작가 정도상이 40년 전 5·18 그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장편 ‘꽃잎처럼’으로 돌아왔다.

최근에 그는 광주의 노래, 오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표지석 제막식 참석 차 광주를 찾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황석영 소설가가 ‘묏비나리’를 개작해 만든 가사에 당시 전남대생이던 작곡가 김종률이 곡을 붙여 1982년 완성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표지석 제막식은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윤상원 열사에 대한 정신을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노래는 1982년 2월 20일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진행되고 난 뒤, ‘넋풀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창작됐다.

정 작가는 “이번 장편은 80년 5월 26일부터 27일 아침에 이르기까지 전남도청의 마지막 밤의 이야기를 그렸다”며 “주인공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재했거나 실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 속 주인공 명수는 윤상원 경호원”을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소 강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정 작가는 여린 감수성을 지녔다. 디테일한 작품 구성과 풍부한 감수성, 생동감 있는 현장감이 특징인 것은 그의 성정과도 무관치 않을 터였다.

“주인공 명수는 윤상원 경호원을 맡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희순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희순은 들불야학의 강학으로, 실재했던 인물인 동시에 소설적으로 가공된 인물이기도 하지요.”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수차례 광주에 내려와 취재를 했으며 관련 자료를 탐독했다. 또한 “‘스물 두 살 박기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5·18민중항쟁사’등을 참고 했다”고 한다.

40년이 흘렀지만 소설 속 장면이 바로 눈앞의 일인 듯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은 그러한 노력 때문이다. 아울러 소설을 쓰는 동안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 저자인 전용호 소설가에게 수시로 전화해 자문을 구했다.

 

 

이번 장편은 작가 정도상이 40년 만에 재구성한 현장 소설이자 기록이다. 전남도청에서 결사항전을 기다리던 시민군들에 대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그의 가슴속에 침잠돼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을 쓴 것 것은 5월 27일 도청에 모인 사람들의 목표가 오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5·18 당시 대학 삼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광주의 참상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들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죠. 이후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전북대 독문과)에 다니면서 광주민중항쟁 당시 독일 기자 힌츠 페터가 찍었던 다큐멘터리를 학생들과 몰래 봤어요.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물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으니까요.”

정 작가는 이후 ‘5월의 체험이 내 체험’으로 바뀌어갔다고 고백했다. 후배들을 상대로 소위 말하는 ‘의식화 활동’을 하면서 5월의 진상을 알리는데도 참여했다.

“오월에서 오월로 이어지는 게 우리 세대의 숙명처럼 느껴져요. 그 새벽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이 가능했고 민주정부의 수립, 남북관계의 진전, 촛불혁명 등이 모두 광주의 그 새벽에서 시작되었어요.”

작가는 5·18의 전국화·세계화 방향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을 피력했다.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과 예산,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작가는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8년에는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일련의 활동은 모두 오월정신으로 대변되는 민주와 인권, 평화라는 가치에 수렴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