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 강릉 경포해변
동해안 해수욕장 60곳이 지난 10일 개장한 것을 시작으로 17일까지 81개 해수욕장이 차례로 문을 연다.
피서철 동해안 해변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매년 1,000만명을 넘는다. 특히 강릉 '경포'는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인기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은 수영을 하고 때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또 윈드서핑, 스카이서핑, 스쿠버다이빙 등을 즐기며 추억 쌓기에 나선다.
'웰컴 경포 비치' 철제 구조물
해변 초입엔 타월집 두 곳
백사장 가득 메운 피서객들
내리쬐는 햇살에도 희희낙락
거리두기 신경 쓸 필요 없는
그야말로 호시절, 아 옛날이여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피서객들은 마스크를 쓴 채 해변에 입장하고 있다. 동해안 각 시·군은 게이트형 방역기와 지정 출입구 설치, 발열검사, 명부 관리 등으로 방역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경포해수욕장은 드론을 활용해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 여부를 수시로 점검하고 전자출입명부(QR코드)로 출입자를 관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경포 해변으로 떠나보자. 고즈넉한 어느날, 여름철 피서객의 북적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해변 사진(사진 ①)이다. 그러고 보니 사진 안쪽을 살펴보니 카메라 앵글에 박제된 사람들의 옷이 모두 두툼하다. 백사장을 향해 매섭게 몰아치는 파도의 모습도 심상치 않다.
게다가 소나무가 한쪽으로 휘어진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겨울이다. 맞다. 1974년 경포의 겨울 풍경이다. 경포해수욕장 입구엔 철재 구조물이 서 있다. 맨 위에는 알파벳으로 쓴 '웰컴 경포 비치(WECOM GYONG PO BEACH)' 간판이 당당하게 우뚝 서 있다. 그 아래로 당대를 주름잡던 소주와 맥주, 콜라, 사이다 광고판이 걸려 있는데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한눈에 딱 들어온다. 광고효과는 그만인 듯하다. 해변으로 들어서면 좌우로 상점들이 즐비한데 해변이라 그런지 세(稅)도 비쌀텐데 목 좋은 곳에 타월집이 두 곳이나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물놀이는 아주 단순해 몸을 바다에 담그는 정도였다. 단벌로 해수욕을 찾다 보니 수건은 필수였을 터. 해변 초입에 타월을 판매하는 집들이 들어선 이유다. 소나무에 걸려 완전히 보이지는 않지만 바다 방향으로 오리 바위가 손에 잡힐 듯 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타임머신은 다시 8년 후 경포로 떠난다. 우리가 자주 보던 물 반 사람 반 해변(사진 ②)이 펼쳐진다. 이제는 코로나19 때문에 '아 옛날이여~'라고 부를만한 사진이다. 1982년 8월의 경포해수욕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따위 신경 쓸 필요 없던 그야말로 호(好)시절이다. 백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얼굴은 내리쬐는 햇살에 잔뜩 찡그려 있다. 햇빛 피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덮겠다” 싶지만 자세히 보면 흥겹고 들뜬 분위기가 사진을 뚫고 나올 기세다. 그러고 보니 참 이 사람들 놀러 간 거다. 웬 걱정. 돗자리 앞으로 배불뚝이 아저씨가 보이더니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 삼복더위에 페도라까지 찾아 쓰고 온 패셔니스타,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한데 어우러져 한 편의 '풍속화'를 완성한다.
김남덕·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