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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백 번 듣는 것보다 체험해보길"…'캐릭텔러' 허발 씨가 달구는 타오르길

 

후배님들! 우리 동네 한 번 소개해 줄게 따라와~"

 

복부에서 끌어올린 발성. 나이가 많든 적든 초면에 반말을 내지르는 대담함. '길거리 1열'에서 볼 수 있는 독보적 스토리텔링. '불꽃 선배' 허발(35) 씨의 독특한 '미션 워킹투어'가 떠오르고 있다.

부산 동구 타오르길 코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허발 씨. 신개념 여행 가이드 '연출형 캐릭터 스토리텔러'인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캐릭텔러'가 뭐에요?"

 

말 그대로 '캐릭터+스토리텔러'입니다.

 

유명 관광지에 가면 해설사에게 그 지역 전반이나 특정 지점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듣잖아요. 그런데 현장이 좋아도, 딱딱하게 설명만 들으면 놀러 왔는데도 공부하는 느낌?을 받는 거죠. 잘 짜인 각본을 접목하면 더 재밌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연출형 캐릭터 스토리텔러가 생겨났습니다. 각각의 캐릭텔러가 특정 컨셉을 잡고 레크리에이션, 미션 등 예능적 소재를 통해 투어를 끌고 갑니다.

 

현재 부산에 캐릭텔러가 총 12명인데, 본업은 대부분 연극배우, MC 등입니다. 다들 말솜씨가 좋고 개그 본능이 탁월해 관광객과 허물없이 소통합니다. 특히 캐릭텔러 모두 부산에 오래 거주한 주민입니다. 여행 책자나 인터넷 정보 외에 정말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야 알 수 있는 정보를 생동감 있게 전달해주죠.

 

저는 건너 건너 지인을 통해 작년 4월 캐릭텔러 일을 소개받아 합류하게 됐습니다. 유일하게 해외 여행가이드 출신이죠. 13년간 유럽과 남미를 오가며 익힌 노하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미션 워킹투어'의 매력은?

 

 

부산관광공사와 커뮤니케이션 '다움'이 진행하는 미션 워킹투어는 캐릭텔러와 함께 하는 도보 투어 프로그램이다. 부산에는 동구 타오르길, 수영구 짝지길, 남구 평화로, 중구 지름길, 영도구 지림길 등이 코스죠.

 

이 투어의 매력은 코스 일부가 숨겨진 골목 구석구석인 데다, 코스마다 청춘물, 멜로, 다큐, 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입혀져 있다는 겁니다. 여러 캐릭텔러가 배치돼 장르에 맞는 이야기, 미션, 체험 등을 이끌어가죠.

 

저는 오지랖 넓고 열정적인 성격을 가진, 약간의 촌티가 흐르는 80년대 불꽃선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문구점에 들러 군것질, 불량식품을 직접 사 먹는 체험 등을 합니다.

 

미션 워킹투어의 또 하나의 장점은 '가성비'. 참가비 만 원으로 다양한 미션 수행도 하고 기념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코스 전체를 돌면 약 2시간 30분이 걸리는데, '만보 걷기' 미션으로 건강도 챙길 수 있죠.

 

말로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몸으로 체험해보면 만족도가 상당히 높을 겁니다.

 

기억에 남는 관광객은?


 

 

부산 동구는 옛이야기가 많습니다. 항일의 흔적과 한국전쟁으로 피난민들 모여든 곳이니까요.

 

지난해 8월쯤? 동구 한 골목에서 '제3부두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제3부두에서 베트남 파병을 가는 국군 장병들에게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어줬다는 내용입니다.

 

관광객 이해를 돕고자 당시 태극기를 흔들던 사진도 보여줬었습니다. 그런데 한 어르신이 자기가 그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라며 놀라 얘기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초량초등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어주러 제3부두에 가셨던 거죠.

 

옛이야기의 주인공이 몇십 년 지나 저와 함께 투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뜻깊었습니다.

 

불꽃 선배의 동구 코스 '원픽'은?

 

부산 동구 타오르길 코스는 옛 백제병원→인물사담장→168계단→김민부전망대→이바구공작소→장기려기념 더 나눔센터→유치환 우체통입니다.

 

이중 추천 장소를 고르라면 '168계단'입니다. 보통 168계단 옆 우물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우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특히 168계단 옆 우물은 옛 피란민들의 식수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우물이 없으면 물 때문에 다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네요. 그리고 체력이 좋다면 모노레일 대신 168계단을 직접 올라가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계단을 오르며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톡 프사'(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건질 수 있죠.

 

동구 이외 추천 코스는 바로 옆 동네인 '부산 중구'입니다. 중구는 코미디 장르로 담당 캐릭텔러가 아지매 컨셉을 잡고 있는데, 굉장히 열정적입니다. 지역 방송에서 여러 번 나오고, 길 다니면 알아보는 사람도 꽤 있더라고요.

 

보람을 느낄 때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단체 투어 신청은 많이 줄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투어를 진행하는데, 참여 인원이 7명이 되지 않으면 투어가 불발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더운 여름날 마스크를 차고 동구 오르막길을 오르는 게 사실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투어가 끝난 뒤 피드백을 보면 또다시 힘이 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반응이 좋으면 굉장히 보람을 느끼는 타입이거든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뜻깊은 골목을 알게 돼 좋았다' '별생각 없었는데 와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재밌었다' 등 성의껏 써주신 글들을 보면 캐릭텔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투어는 어린 학생, 연인, 노부부 등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캐릭텔러와 이색 도보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꼭 한 번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승훈 기자·김지인 대학생 인턴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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