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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지반 침하 명지신도시, 터 다지기 부실이 원인”

 

도로 균열 등 주민들을 공포로 내몰았던 명지신도시 지반침하 문제가 택지를 조성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실 개량(터 다지기) 작업 때문이라는 지적이 6일 제기됐다. 명지 일대가 연약지반임에도 LH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일반 속도보다 빠른 성토 공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공법은 이 일대 전체에 적용된 것이어서 추후 유사 사고 발생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이 이날 공개한 LH의 2010년 ‘명지신도시 연약지반 처리공법 설계보고서’에 따르면 LH는 점토층이 두꺼운 경우에 적용하는 성토속도인 3㎝/1일(day)보다 3배 이상 빠른 10㎝/1일을 적용해 신도시 택지를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당시 하부모래층 침하 문제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다만 전체 부지가 21~57m 깊이의 두꺼운 점성토와 사질토가 있는 연약지반임을 확인한 뒤 이에 대한 처리공법만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헌승 의원 ‘LH 보고서’ 공개

최대 57m 깊이 연약지반 불구

성토속도 3배 이상 빨리 작업

상업지구 기초 보강작업 생략

규모 6.5 지진 땐 액상화 가능성도

 

LH 측은 이와 관련, “안전성이 확보됐을 경우 성토 속도는 얼마든지 빨리 할 수 있다”면서 “명지의 경우 상부에 모래층이 4.2~16.3m 정도로 두껍게 존재해 해당 공법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2년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된 ‘현장 DB를 활용한 연약지반의 설계기준 연구’ 보고서에서는 지반 여건에 비해 빠른 성토 속도를 적용하면 침하와 변위(뒤틀림)가 크게 발생해 기초지반이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반공학 전문가인 부산대 임종철 명예교수는 6일 “연약지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침하가 10~20년 동안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10년간은 자연적으로 침하가 일어나도록 한 다음 도시를 건설하는 게 맞다”며 “성토를 빨리 할수록 지반이 약해진다는 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LH가 김해진영·양산물금지구 등 연약지반에 조성된 다른 신도시에서는 근린시설부지가 건물 하중을 50kN/㎡(단위면적당 하중을 나타내는 단위)까지 지탱할 수 있도록 기초보강 작업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명지에서는 보강작업을 하지 않고, 2층 단독주택 규모 건물 하중(30kN/㎡)만 지탱할 수 있도록 설계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반이 단독주택 이상 건물을 지탱할 수 없음에도 신도시 상업지구로 조성한 것은 LH에 심각한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또 2010년 LH가 연약지반 처리공법 설계 당시 규모 6.5 지진을 가정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 액상화 발생 가능성도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H 측은 설계 시추조사 총 142개소 중 액상화 가능성은 2개소로 예측돼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LH의 최근 5년간 부지조성 관련 내·외부 감사 내역을 보면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대부분 예산을 절감하라는 내용뿐이었다”면서 “지반침하 문제로 명지신도시 주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반 특성을 고려한 건축허가 제도 보완과 관련제도 강화를 비롯해 부실처리 실태조사, 그리고 방지대책 마련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