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강원일보) “조선왕조실록·의궤 오대산 사고본 보존 능력 갖춰…오대산으로 돌아와야”

'본지환처(本地還處)와 문화분권' 토론회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와 강원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한 '2020 오대산문화포럼-본지환처(本地還處)와 문화분권' 토론회가 지난 10일 평창 월정사 대법륜전에서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토론 내용을 발표 순으로 요약 정리해 싣는다. 포럼 실황 중계는 월정사TV와 강원일보TV를 통해 볼 수 있다.

최종모 “박물관 건립…74책 관리 인프라 확충”
차장섭 “보관 능력 입증 차원 대여展 등 추진”
권순석 “다양한 문화콘텐츠 활용 방안도 고민”
정일섭 “원주 한지 활용 복본화 등 실현 검토”
김진석 “전국 의원협의회 통해 정부에 강력 건의”
박정애 “실록·의궤 환수 과정 등 스토리텔링화”
김충현 “되찾아 오려는 문화재 의미 정립 필요”
이욱환 “평창군민 관심 절실…도민 주체 돼야”


△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좌장)=문화재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강원일보'와 '월정사'가 함께하는 '문화재 본지환처와 문화분권 토론회'에는 그야말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두 모였다. 장황한 말씀 드리지 않고, 오늘 이 자리에서는 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향후 어떤 대책들이 필요한지 그 지혜를 모으고 여러분의 목소리를 꿰뚫어 보도록 하겠다. 토론에 참여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하실 분들과 함께 앞으로의 세부적인 실행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제발표

◇제1주제=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의 제자리 찾기와 문화분권

△최종모 강원도문화재연구소장=오대산의 '조선왕조실록·의궤' 사고본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중이다. 처음 일본으로부터 환수됐을 당시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보존·관리했으나 이후 학술연구용역이 완료돼 관리 단체 지정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당시 오대산은 총 74책의 사고본을 일괄 보존·관리할 능력이 없어 보류됐다. 그러나 현재 시점은 과거와 많이 다른 상황이다. 현재 오대산에는 실록·의궤박물관이 건립됐고, 보관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충된 만큼 어떻게 강원도스러운 제안을 통해 제자리 찾기와 문화분권을 융합시킬 수 있는지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지금까지 열렸던 토론회에서는 행정적 문제보다 감정적인 문제들이 정리됐기에 오늘은 현실적이고 정책적인 안건이 마련되길 바란다.

◇제2주제=왕조실록·의궤박물관과 오대산사고의 활용방안

△차장섭 강원대 교수=월정사 조선왕조실록·의궤박물관 오대산사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박물관이 진본을 전시·보관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첫째, 고궁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소장품을 대여해 순회 전시하는 형태로 매년 전시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국에 분산된 조선왕조실록의 모든 영인 작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거나 셋째,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모든 기록문화유산을 전시하면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오대산사고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조사를 펼치는 작업을 선행하고 실록을 봉안, 포쇄(햇볕에 말림)하는 행사를 재현하거나 현재 비어 있는 사고 내부를 옛날 사고에 보관됐던 모습을 재현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제3주제=조선왕조실록·의궤 문화콘텐츠화 방안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조금 더 대중의 관심이 필요하다. BTS의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과 같은 대중적 현상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나오기까지 사회의 관심, 인문자원 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라고 하는 어찌 보면 원형에 가까운 이 기록문화유산을 어떻게 대중적인 관심을 가지고 본지환처를 달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본질을 훼손하자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알아갈 수 있게 조금 더 상상 가능하고 유쾌·명쾌한 메시지를 갖자는 것이다. 대중과 함께하는 감동이 있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다양한 예술가, 기획자가 이 자원을 만나게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토론

△정일섭 강원도 문화관광체육국장=지난해 강원도에서는 문화분권적 차원에서 문화재 제자리 찾기에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해 왔으며, 현재 강원도 국외 소재 문화재 보호 및 환수활동 지원 조례가 지정된 상태다. 우선 오대산사고본은 본지로 돌아오는데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어 오대산사고본의 보관·관리가 용이해졌다. 또 발제의 말씀처럼 현재 원주 한지가 상당히 우수한 품질을 갖췄다는 점에서 문화재 보존 노력의 일환으로 원주 한지를 활용한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에 동감한다. 도 역시 발제한 여러 내용을 검토해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진석 강원도의원=2006년 실록이 환수됐을 당시 '우리 문화재 제자리찾기 범국민운동본부 평창군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국민운동을 전개했지만 문화재청의 얘기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관리할 능력도, 인력도, 예산도 없으니 능력이 갖춰지고 나면 오대산으로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평창군과 강원도가 힘을 모아 120억원의 예산을 들여 박물관을 건립한 것은 그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전국의 의원협의회를 활용해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 우리의 실록과 의궤가 오대산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

△박정애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아직까지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내용이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1913년 일본에 반출됐다가 관동대지진에도 살아남고 한국에 돌아왔으나 아직 본지환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여러 기적과 우연이 겹쳐서 일어났는데 일반인 입장에서는 대충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이 많이 알려지려면 기승전결이 확실한, 대중적인 스토리텔링이 돼야만 드라마, 영화, 축제, 관광, 도서 등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 그 과정을 일반 독자가 받아들이기에 쉽고 재미있는, 기승전결과 갈등이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작업을 해주셨으면 한다.

△김충현 춘천불교방송 총괄국장=왜 문화재가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올해 모셔왔던 영산회상도, 시왕도도 미국에 그대로 놔두면 오히려 세계적으로 활용할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이 볼 텐데 왜 제자리로 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예를 들어 불상을 한번 조성할 때, '보기에 좋았더라' '여기에 그게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차원이 아닌 실행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실행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바꿔 나가고 나와 내 주변이 바뀌어 실생활에도 바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찾아오려고 하는 문화재들의 의미에 대해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욱환 평창문화원장=무엇보다 군민들이 관심을 가져야겠다. 또 강원도민들이 주체가 돼야겠다. 여전히 실록이 무엇인지, 의궤가 무엇인지 용어 자체를 헷갈려 하는 사람도 많다. 또 10여년 전에 나온 얘기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얘기였는데. 지금은 정말 월정사, 강원일보 중심으로 많은 것이 변모하고 환경이 변했다. 이제는 이 본지환처에 대한 이야기가 포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또 특정단체, 특정인만 아는 내용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자면 정말 온 백성이 힘을 보탰을 때 우리 문화재가 제자리로 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정리=이현정·김수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