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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따뜻한 나눔 정신 중요"

착좌 10주년 기념 인터뷰…"대주교좌 앉은 이래로 늘 큰 책임감"
정의구현사제단 검찰개혁 요구는 천주교 공식입장 아냐
교구 100년 정리·범어대성당 건립 등 3가지 사업 무난히 이룬 것에 감사
사회·교회 고령화로 신자 계속 감소…코로나 숙지면 청년사목 힘쓸 계획
SNS·유튜브, 쌍방향 교류 고무적…자영업자·임차인 고달픈 현실 연속
우리 사회 연대의식 확산 희망 비춰…조금 참고 기다리면 좋은 시절 올 것

 

 

"올해는 교구 차원에서 행사도 많았는데 대구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두 달 반 가까이 유례없는 미사 중단 사태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과 희망의 새해를 맞게 됐습니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걱정이 됩니다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 위로하면서 모두의 소망이 함께 이뤄지길 기도합니다."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2010년 12월 20일 성김대건기념관에서 착좌식을 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매일신문은 조환길 대주교의 착좌 10주년과 성탄절을 맞아 23일 오전 11시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본관 대주교 접견실에서 60분에 걸쳐 특별인터뷰를 했다. 대담은 이동관 편집국장이 맡았다.

 

 

-먼저 대주교 착좌 10주년을 축하드린다. 지난 10년간을 회고하신다면.

 

▶돌이켜보면 교구장으로 지낸 10년은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과 많은 사제, 신자들의 도움과 기도 덕분에 순조롭게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4월 주교 서품을 받았고 2010년 12월 대주교좌에 앉은 이래 지금까지 늘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크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대주교가 되자마자 다음 해인 2011년이 대구대교구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라 3가지 주요 사업이 놓여 있었죠. 첫째는 사제와 신자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시노드(가톨릭 교회 안 중요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하기 위해 개최하는 자문기구 회의) 대의원회의 활성화와 둘째는 교구 100년 역사 정리, 셋째는 시간이 걸렸지만 주교좌 범어대성당의 건립이었습니다. 이 3가지 사업을 무난히 이룬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한편 4년 전 시립희망원 문제로 어려움과 아픔도 겪었으나 새로운 출발의 기회로 삼아 교구쇄신위원회를 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죠.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교구 차원의 사업이 조금 뒤죽박죽된 점도 없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구대교구는 2018년부터 해마다 교구사목교서를 발표한 것으로 압니다. 내년 대구대교구 사목교서를 알려주신다면.

 

▶지난 3년간은 매년 사목교서를 발표했으나 내년 사목교서는 교구사목연구소를 통해 10년 장기 사목교서로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정했습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취임과 동시에 사목 방향을 '복음의 기쁨'으로 정한 바 있습니다. 이 기조에 따라 교회의 핵심가치 5가지가 정해졌는데,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가 그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우선 2021년부터 2022년 2년간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를 실천할 작정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살다 보면 이웃사랑으로 이어지고 이웃사랑은 다시 선교로 이어지는 식이죠.

 

 

-신자 감소는 현대 종교가 안고 있는 난제인 걸로 압니다. 이에 대한 대구대교구의 대책이 있다면.

▶걱정이 많아요. 사회 고령화는 교회 고령화로 이어져 신자 감소는 더 심각해집니다. 특히 젊은 층의 신앙 부재와 코로나19로 인한 신자 자연 감소분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죠. 재미있는 사실은 코로나19 전후에 따른 신자 통계치를 보면 신자들이 부유하고 큰 성당일수록 신자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반면, 가난한 신자가 많고 작고 시골에 있는 성당일수록 신자 감소세가 적다는 점이죠. 이는 아마도 부유한 사람들이 건강염려증에 더 민감하다는 걸 드러내는 방증인 셈이죠.(웃음) 교구 차원에서는 내년에도 당분간 코로나19가 지속될 것 같다는 판단 아래 노인사목에 더욱 매진할 것이며, 코로나가 숙지면 청년사목에도 힘을 더할 계획입니다.

또 하나 각 성당의 신부들도 코로나 시대를 맞아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신자들과 계속해서 쌍방향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어려운 시대에 고무적인 일로 여깁니다.

 

 

-사실 너무 심각해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로 대별되는 갈등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해 상생의 방법은 없는지.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분단, 내부의 좌우익 갈등 등이 마치 원죄처럼 우리 민족에게 있어 갈등이 야기됐었죠. 따지고 보면 어느 나라 어느 사회이든 좌우의 갈등이 없는 곳은 없죠. 문제는 상생을 이상으로 삼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올해 교수회의가 정한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도 결국은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시대성을 꼬집은 말로 이해합니다. 그동안 국민의식은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정치권은 아직 성숙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죠. 포퓰리즘, 헛된 공약, 이랬다 저랬다 하는 정책 방향 등이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맑은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요즘 정치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죠. 무릇 국민을 위한 정치의 성숙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최근 정의구현사제단은 검찰 개혁을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정의구현사제단은 한국교회의 한 단체이지만 교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공식 입장은 오직 주교회의에서만 결정됩니다. 또 주교단은 예민한 정치 문제에 대해 잘 언급을 안 합니다. 정치 문제는 형제간, 부자간, 같은 가족 사이에도 갈등을 불러올 만큼 민감하기 때문이죠. 다만 한국교회는 낙태 반대와 생명운동만큼은 교리와 하느님의 법에 따라 적극적인 성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구 산하 성당의 사제들에게도 되도록 정치적 발언은 삼가도록 합니다. 자칫 교회공동체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시대를 맞아 교회 밖은 팍팍한 삶이 이어집니다. 대구와 경북의 시·도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한다면.

 

▶어려운 이들이 점차 많아집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특히 자영업자나 임차인들의 삶은 더욱 고달프죠.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이 모두 어려움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봄 코로나가 대구에 창궐했을 때 다른 교구에서 우리 교구에 많은 물품과 정신적 위로를 건네 왔습니다. 이를 보듯이 어려울수록 있는 사람들의 나눔 정신이 필요합니다.

 

루카 복음에 나오는 일화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예를 들고 싶네요. 강도를 만난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준 사례는, 교황께서 지난 10월 4일 성 프란치스코 대축일을 맞아 "모든 사람을 내 형제처럼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말씀과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연대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면 어려움을 딛고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여깁니다.

 

 

-평소 생활의 이정표로 삼는 성경 구절이 있다면.

 

▶주교가 됐을 땐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를 마음의 이정표로 삼았는데 대주교 착좌 이후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가 많아지면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더욱 갈구하게 됐고 이에 따라 요한 복음 15장 4절에 나오는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물리라'는 말씀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신자들도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가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년은 사제가 되신 지 40년입니다. 감회가 있다면.

 

▶종교인으로서 40년을 큰 과오 없이 지내온 것은 분명 하느님의 은총 덕분입니다. 가끔은 무거운 결정을 내려야할 때마다 외려 평범한 사제로서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확행'이 그리워지는 때이죠. 하지만 주어진 사명을 피할 생각은 없어요. 기왕 하는 일이라면 기쁘게 하자는 게 제 생각이죠. 그래서 요즘은 교회 수호자인 '잠자는 요셉'상을 제 책상머리와 침대 맡에 두고 생활합니다. 루카복음에 의하면 성 요셉도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꿈에서 하느님께서 갈 길을 일러주셨다지요.

 

 

-평소 스케줄과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주중의 낮 시간에 회의와 신자들과의 면담을 하고, 주일에는 성당을 방문해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올리기도 합니다. 건강관리는 저녁 식사 후 일주일에 4, 5회 정도 1시간 정도 교구 내를 산책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죠. 건강을 위해서는 절제와 운동이 가장 좋은 약인 것 같아요.

 

 

-내년은 성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입니다. 한국교회로서 매우 뜻깊은 해인 걸로 압니다.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어느 새 연말연시이자 성탄절을 맞게 됐습니다. '2020년 잘 가레이, 다시 오지 마레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삶이 힘들었던 게죠.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성경 말씀처럼 사랑을 전제로 참고 기다리면 좋은 시절이 오리라 믿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땅에 오셨으니 모든 가정과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하느님의 사랑과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정리=우문기 기자 pody2@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