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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구름과 하늘과 숲이 수원지 가득 담겼다…꽃마을 구덕수원지

부산 서구 구덕수원지, 마을버스 내려 10분 걸었더니…

 

부산 지하철 1호선 동대신동역 6번 출구가 보인다. 계단을 올라가려니 맑고 푸른 하늘이 네모난 역 출입구를 기분 좋게 가득 메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서대신동골목시장 입구가 나타나고, 구덕꽃마을~동대신동역을 오가는 마을버스 ‘서구1’ 정류장이 보인다. 이번 여행의 출발점은 바로 이곳이다.

 

도심서 마을버스 내리면 여행 출발점

산책하기에 적당한 오르막길 이어져

 

■민방위교육장~산책로

 

평일 낮이어서 마을버스는 한산하다. 운전기사와 승객을 다 합쳐도 다섯 명에 불과하다. 느긋하게 달리던 버스는 지하철 서대신동역~부경고~경성전자고를 거쳐 민방위교육장에 도착한다.

 

여유가 있다면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구덕로를 걸어도 된다. 구덕운동장까지 쭉 이어진 길을 따라간 뒤 왼쪽으로 꺾어 산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구덕로 일대는 전통을 가진 지역인 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는 점포들이 눈길을 끄는 거리다.


 

 

민방위교육장 바로 옆에 안내판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는 작은 길이 보인다. 나무데크를 설치한 작은 계단이 보인다. 구덕수원지와 구덕야영장, 그리고 내원정사로 올라가는 산책로다.

 

민방위교육장에서 구덕수원지까지는 적당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걸어가면 10~15분 정도 거리여서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구덕수원지를 둘러보고 야영장과 내원정사까지 돌아본 뒤 꽃마을을 거친다 하더라도 1시간이면 넉넉하다.

 

등산용 스틱을 쥔 어르신들이 작은 배낭을 하나씩 메고 산길을 오른다. 이미 인생의 먼 길을 걸어온 터라서 앞으로 갈 길을 서두를 필요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모두 느긋하고 여유롭고 한가하다.


 

 

산책로 왼쪽으로는 꽃마을을 거쳐 엄광산까지 이어지는 차로가 달리고 있다. 늘 한가한 도로여서 자동차 매연이 그다지 심하지 않아 코를 막을 필요는 없다.

 

잎이 모두 떨어진 나무는 갑자기 찾아온 한파가 데리고 온 차가운 바람에 시린 손을 달래듯 가지를 서로 비비고 있다. 차로 옆 경사로는 두껍게 깔린 나뭇잎을 포근하게 덮은 채 따뜻한 햇살까지 덤으로 즐기며 환하게 웃으며 누워 있다.

 

산책로 한쪽에는 너른 평상이 놓여 있다. 옆에는 긴 벤치가 있다. 굳이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지 않더라도 여기서 앉아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라고 설치해놓은 모양이다. 햇살이 따뜻한 봄, 가을에 평상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갈수록 숲은 꽤 우거진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잎이 다 떨어져 썰렁하게 보이지만 온 세상이 푸르른 여름이나, 온 산이 알록달록한 가을이면 꽤 볼만한 풍경을 연출한다.

 


 

산책로는 잔돌과 흙, 나무 계단으로 잘 정비돼 있기 때문에 걷는 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길이 험한 곳에는 나무데크를 설치해 손쉽게 오를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산책로와 나무데크 옆으로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다. 바위 사이로는 맑은 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엄광산에서 내려온 개울 물이다.

 

구덕수원지에 가까워지면 제법 길이 험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지리산 같은 큰 산처럼 험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바위가 많아져서 바위 사이를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곳에는 돌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걷기 편하게 꾸며져 있다.

 

 

바위와 크고 작은 돌이 많아서인지 곳곳에 돌을 쌓아 작은 탑을 만들어 놓은 게 보인다. 이곳저곳에 한두 개가 아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빌려고 산책로에도 돌탑을 이뤄놓은 것일까.

 

도심서 마을버스 내리면 여행 출발점

산책하기에 적당한 오르막길 이어져

엄광산 숲속 수원지엔 물오리 가족

동백꽃·고양이 눈길 주며 느긋한 시간

 

■구덕수원지~구덕야영장

 

산책로를 다 올라가면 등나무 파고라가 보인다. 위쪽으로는 구덕수원지를, 아래쪽으로는 산책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다. 여름에 여기 앉아 있으면 무더위를 말끔히 씻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에는 엄광산 단풍이 제법 눈길을 끌 듯하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야옹하며 반가운 척 한다. 길고양이가 분명한데 달아나지도 않고 처음 보는 낯선 행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왜 저러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잠시 후 차가 한 대 서더니 중년 남성이 손에 사료가 가득 든 플라스틱 통을 들고 내린다. 고양이는 애교를 부리면서 그에게 다가간다. 남성은 고양이 등을 쓰다듬어주면서 통에서 사료를 꺼내더니 고양이 앞에 뿌려준다. 이윽고 여기저기서 야옹 소리와 함께 길고양이들이 나타난다.

 

등나무 인근에는 동백나무가 지척으로 널렸다. 활짝 피어난 빨간 동백꽃이 반갑게 웃는다. 한편으로는 수줍은 것인지 살짝 고개를 돌리고 있다. 등나무 파고라 한쪽에는 산 위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다. 그 옆으로는 구덕수원지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게 나무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파고라 난간 앞에 서서 구덕수원지를 내려다본다. 구덕수원지를 둘러싼 엄광산 숲들과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하얀 구름과 그 뒤로 펼쳐진 파란 하늘이 수원지에 가득 담겨 있다.

 

수원지 한쪽 구석에서는 물오리 가족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물오리의 소음이 거슬리는지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던 학 한 마리가 멀리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구덕수원지 한가운데를 구름다리가 가로질러 지나간다. 청소년 모험시설로 이어지는 출렁 다리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지금은 출입할 수 없다. 구름다리 맞은편에는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웠는지 아직 다 지지 않은 단풍나무가 혼자서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일 것 같은 기세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파고라 맞은편, 공영주차장 아래에는 먼나무 터널이 조성돼 있다. 향기는 나지 않지만 빨간 열매가 나무에 가득 달려 꽤 아기자기한 풍경을 연출한다. 무더운 여름에 구덕수원지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 터널이 시원한 휴식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구덕수원지 한쪽에는 체육시설과 구덕야영장이 만들어져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탓에 이용에 제약이 적지 않다. 상황이 바뀌고 날씨가 좋은 봄, 가을이면 이곳에서 야영하면서 구덕수원지 야경을 보는 재미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