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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더 버틸 힘 없다” 전국 헬스장 300곳 ‘불복 시위’

 

부산 남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수라(41·가명) 씨. 그는 요즘 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고 한다. 월세가 8월 말부터 밀리면서 돈을 더 이상 빌릴 수 없게 되고부터다. 김 씨의 헬스장은 1322㎡(약 400평) 규모로 주변에서 가장 크다. 총 19명인 직원 인건비, 월세를 포함해 한 달에 5000만~6000만 원의 고정비가 든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유지로 지난달 15일부터 문조차 열 수 없다. “솔직히 요즘 너무 힘들다”는 김 씨는 “하루에도 죽고 싶은 생각이 여러 번 들지만 아이들을 보며 진정시킨다”며 울먹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오는 17일까지 다시 연장되자 자영업자들은 ‘더 버틸 힘이 없다’며 절규한다. 일부 헬스장 업주들은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회원을 받지 않고 헬스장 문을 여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실내체육시설의 제한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청원 글에는 17만 명 이상이 공감을 했고, 부산지역 PC방 업주들은 최초로 법정 단체를 꾸리기도 했다.

 

회원 출입 막되 문 열기 단체행동

6일 부산시청 앞서 항의 집회

PC방업계, 권익 대변단체 결성

필라테스업계도 국민청원 진행

형평 잃은 일괄방역 불만 확산

업종별 제한영업 등 대책 촉구

 

4일 (사)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는 부산·서울·경기 지역 헬스장 300곳이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 정책에 항의하면서 회원 출입은 막되 헬스장 문을 여는 방식의 시위를 열기로 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송재명 부산지부장은 “부산 지역 헬스장 중에서 이와 같은 단체행동에 정확히 몇 곳이 참가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소 수십 곳은 참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은 지난달 15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며 3일부터 다시 2주 연장됐다. 이로 인해 실내체육시설은 최소 한 달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실내체육업계는 최소 운영비가 많이 들어 영업 제한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 지난 1일 대구의 한 헬스장을 운영하던 관장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KFMA 부산지부는 오는 6일 부산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송재명 부산지부장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당연히 방역 당국에 협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형평성에 맞지 않는 규제로 업계는 말라가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헬스장은 인건비를 빼고도 한 달에 평균 300만~1000만 원 정도 고정 비용이 들어간다”며 “대부분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사는데 집합금지가 계속되면 죽으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법정 단체를 만든 업종도 있다. 부산지역 PC방 업계는 업주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를 처음으로 결성했다. 부산시는 지난 3일 (사)부산피시게임문화협회 결성을 승인했다. 부산 지역 피시방은 지난해 7월 700곳에서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400곳으로 급감했다. 김준영 부산피시게임문화협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는 사실상 폐허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단체 행동을 통해 정부와 부산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는 9인 이하 태권도, 발레 등 소규모 학원·교습소 등의 운영은 허용한다. 이들은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문조차 열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일관성 없는 규제’라며 항의한다. 이 때문에 업계 내부에서는 일괄적인 규제 대신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샤워장과 공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회원 예약제 운용 등을 통해 유동적인 운영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PIBA’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내체육시설의 유동적 운영을 요구하는 글을 올려 5일 만에 17만 명이 넘게 동의하기도 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지역마다 상황이 다 다른데 부산은 수도권의 방역 규제를 일괄적으로 따르는 것 같다”면서 “언제까지 자영업자의 희생으로 코로나를 막아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업종별로 핀셋 규제나 제한적인 영업 등을 통해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