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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바이올리니스트 김도연, 반주 없이…오롯이 바흐를 만난다

2021 새로운 출발 <1>
2017년 베토벤 전곡 연주 이어 6곡 도전
‘소나타’·‘파르티타’ 작곡 300주년 기념 무대
‘바로크 주법’ 열공…19일·3월 16일 금호아트홀

 

2021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올해도 험난한 여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역 예술인들은 코로나 19 위기에 멈춰서지 않고 위로와 희망을 전할 예정이다. 올해 각 장르에서 다양한 활동을 준비중인 예술가들과 예술단체를 만나본다.



2021년, 바이올리니스트 김도연(51)이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그 첫번째 무대가 오는 19일 오후 7시30분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열린다.
 

‘무반주’라는 표현은 다른 기악의 반주없이 바이올린만으로 모든 것을 소화해낸다는 의미로 바이올린 한 대로 다양한 기교와 정서를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은 연주자의 한계를 끝없이 시험하는 최고의 난곡으로 흔히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라 불린다. 김 씨는 이날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 등을 들려준다. 오는 3월16일 열리는 두번째 시리즈에서는 ‘파르티타 2번’, ‘소나타 3번’, ‘파르티타 3번’ 등을 연주한다.

김 씨는 지난 2016~2017년에도 네 차례에 걸쳐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10곡 연주를 선보이는 등 전곡연주를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 19 탓에 김 씨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면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광주 출신인 김 씨는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정은순 전 전남대 교수)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당시 여러 학생들이 어머니께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왔기 때문에 그녀의 집은 늘 피아노 연주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어릴적부터 피아노 연주와 노래부르는 것을 즐겼고, 커서는 당연히 음악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피아노로 음악에 입문했지만, 초등학생 때는 성악으로 많은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며 “8살 무렵, 미국 피바디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사촌언니가 귀국해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접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체격이 좀 작았어요. 어머니께선 작은 체구로 커다란 피아노를 연주하는 제 모습이 좀 버거워보이셨나봐요. 그해서 어머니는 피아노를 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야기해주시며 바이올린을 연주해보는게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그렇게 사촌언니한테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찍이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는 호남예술제와 각종 유수의 콩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하였으며 광주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과, 독주회를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는 바흐의 ‘바이올린을 위한 솔로 소나타와 파르티타’가 만들어진지 300년 된 해였다. 게다가 김 씨가 사용하고 있는 악기 알렉산드로 갈리아노가 제작된 해가 1720년으로, 그는 같은 해에 만들어진 악기와 곡을 기념하기 위해 이 연주회를 기획했지만 지난해 코로나 19 확산으로 연기돼 올해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번 시리즈를 기획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 졸업 연주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일본인 친구 피아니스트 마미 미야케였다고 말했다.

그는 “마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등 전곡 연주를 선보여왔다”며 “무척 학구적인 친구인데, 이 친구의 행보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한 음악가가 작곡한 여러 곡들을 시리즈로 연주하는 일은 큰 도전이고 부담도 되지만 그 작곡가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저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에 이어 다음 연주를 생각하다가 바흐의 ‘바이올린을 위한 솔로 소나타와 파르티타’ 300주년을 기념한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한거죠.”

이번 연주를 준비하면서 고민도 많았다. 바흐의 솔로곡들은 바이올린 테크닉도 어렵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보니 어떤 방향으로 연주해야할지 여러 생각이 든 것이다. 특히 이번 무반주 무대는 오로지 김 씨 혼자서 무대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감이 너무나 컸다.

특히,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현대적인 주법으로 연주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연주차 광주를 방문한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을 만났고, 그에게 바로크 주법 등을 배우며 무대를 준비했다.

“부담감이 너무 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즐겁게 연습한 덕분에 공연 준비를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바흐 전곡은 31개의 악장인데, 전체를 훑어보는 방법으로 연습을 했어요. 매일 뽑기를 해서 뽑힌 악장을 읽고 연습했던 저만의 방법이죠.”

김 씨는 이번 연주가 끝나면 또 다른 작곡가의 전곡 연주에 도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내 음악활동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더 나은 것은 없는지 뒤돌아 보게 된다”며 “가끔 10년 20년 어린 후배들이 나처럼 내 나이에도 연주하고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는 하는데 그럴때마다 부끄럽고 그들에게 더 나은 선배가 되도록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제 쌍둥이 아들들이 고3이 되는 해여서 연주활동은 조금 자제할 생각이예요. 가정이 있는 엄마 연주자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 늘 갈등을 합니다.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기 때문이죠. 나이 들어서도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오래도록 연주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이상 카메라 앞이 아닌 청중들 앞에서 마음놓고 연주하며 서로 공감하는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