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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문화재 제자리착기와 문화분권]문화재 약탈국의 논리 그대로…오대산사고본 안내놓는 서울 고궁박물관

(3)엘긴마블과 오대산사고본

 

그리스 '엘긴마블' 반환 요청에
영국 온갖 핑계대며 안 돌려줘

도 오대산사고본 돌려달라는데
중앙 연구·관리 이유 끝내 거부

최신시설 갖춘 평창 원본 없어
“문화재 가진 지역성 재고 필요”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엘긴마블(Elgin Marbles)'은 약탈문화재 반환에 대한 국제적인 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언급되는 세계적인 유물이다. 엘긴마블은 1816년 오스만투르크제국 대사였던 엘긴 경이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서 뜯어내 영국으로 무단 반출한 부조 형태의 대리석 조각품이다.

유물의 원래 주인인 그리스가 2004년 개최된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영국 정부에 반환 또는 최소한 대여라도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면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다. 당시 대영박물관 관장은 그리스가 엘긴마블을 보관하기 위한 제대로 설계된 박물관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반환 불가의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이러한 영국의 오만불손한 태도는 과거 제국주의 국가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한 내용의 국제협약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197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UNESCO) 제16차 총회에서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의 단서조항 '1970년 이후의 문화재만 보호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일제강점기(1910~1945년)를 거치며 일본에게 수많은 문화재를 강탈당한 우리나라는 이 협약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 우리가 프랑스나 일본으로부터 돌려받은 일부 약탈문화재를 '반환'이 아닌 '대여'나 '기증'의 형식을 빌려 가져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재 약탈국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간단하다. 자신들이 다른 나라에서 약탈해 보관·전시 중인 유물들은 특정 나라, 특정 민족만의 유산이 아닌 전 인류의 보편적인 유산, 문화재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경우를 앞선 '엘긴마블'의 예에 대입해 보면 국내 상황임에도 상당한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월정사 등 민간의 노력으로 일본에서 돌아온 이들 문화재들은 현재는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실록과 의궤를 원소장처인 오대산사고에 되돌려 놓으려고 했지만, 연구와 보관, 관리 등의 이유를 들어 '문화재 제자리 찾기'라는 지역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항온·항균 등 최신 시설(왕조실록·의궤박물관)이 문화재들의 고향인 평창에 문을 연 후에도 단 1권의 원본 없이 복사본(영인본)만으로 박물관을 채우게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지역의 한 향토사학자는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곳간에 채워 놓은 약탈문화재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할 때의 논리, 꼼수와 현재 관련 기관의 모습과 다른 게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문화분권의 측면에서 문화재가 갖는 지역성의 의미를 반드시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