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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 나무 기행]비운의 왕 단종의 넋 기리며 천년 사찰 우직하게 지켜

영월 보덕사 숲

 

600여년 된 느티나무·경내 향나무
주변 연못과 어울려 주민 쉼터 역할

1800년대 불교관·그림 세계 담아낸
귀한 사료 극락전 벽화 또다른 볼거리

도문화재 132호로 지정된 해우소
당시 생활상 반영하는 타임머신


#단종을 기리는 사찰의 나무

천년사찰의 기풍을 갖추고 있는 보덕사는 668년 의상조사가 창건하고 발본산 지덕사라고 하였다고 한다. 1161년(고려 17대 인종 32년)에 설헌선사와 원경국사가 극락보전, 사성전, 염불안, 고법당, 침운루 등을 증건했다고 전해진다. 1457년 단종대왕이 노산군으로 강봉돼 영월로 유배되자 노릉사로 바뀌게 됐으며, 후에 장릉의 원찰로 지정되면서 현재의 이름인 보덕사로 바뀌었다. 지금은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오대산 월정사에 속해 있다. 비구니 스님이 불법을 닦고 있는 고즈넉한 사찰이다.

보덕사에 가면 꼭 봐야 할 볼거리가 3개 있다. 첫 번째는 사찰 입구에 늘어선 느티나무와 향나무, 두 번째는 극락보전 안의 불화, 마지막으로 해우소다.

사찰 입구 일주문 옆으로 줄지어 서 있는 느티나무는 사찰의 세월만큼이나 연륜을 말해주고 있다. 느티나무는 600여년 된 나무(영월군 보호수 24호) 두 그루와 450여년 된 나무(영월군 보호수 68호)로 구분된다. 경내 칠성각 주변에 있는 향나무 두 그루 또한 오랫동안 잘 보존돼 있어 사찰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느티나무 주변이 연못과 어울려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사찰과 숲을 하나로 보고 관리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무들은 사계절 내내 사찰과 어울려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 나무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사색의 깊이를 높여준다. 아름다운 우리 전통 숲으로 가치가 높아 지역의 자랑이 될 만하다. 칠성각 주변의 향나무는 평범하지만 건강한 풍치를 보이고 있다. 또 사성전 앞의 나무는 하늘을 향해 길게 줄기를 올리고 동글동글하게 잎 모양을 만들어 동화 속에 등장할 만하다. 경내에 향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은 아마도 단종의 수호 사찰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락보전의 벽화

사찰 안에는 독특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2000년 지붕 보수 공사를 하던 중 그림 한 점이 발견됐는데 '보덕사 극락전 중수기'로 1855년에 그려진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았다. 극락보전 천장에 그려진 벽화는 북면을 제외하고 동, 서, 남면에 각각 5점씩 15점이 그려져 있다. 천계에 사는 선인들이 부처님 설법 장소에 나타나 꽃을 뿌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천인주악도(天人奏樂圖), 또는 천인무용도(天人舞踊圖)라고 불리며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묘사돼 비천(飛天)이라고 한다. 여인, 동자, 성인 남자, 노인 등 그림에 등장하는 신선들의 모습이 다양하다. 모두 하늘에 사는 천인을 그렸지만 속세에 있는 사람을 옮겨 놓은 듯하다.

천장 벽화는 2명 혹은 1명씩 해금, 북, 대금 등 다양한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모습과 춤을 추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굵은 먹선으로 형체를 구분했고, 한번에 거침없는 활달한 붓놀림으로 부드러운 얼굴 표정을 담아냈다. 연주와 춤추는 모습은 율동감이 더해져 살아 있는 듯해 바라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탕은 하늘색으로 그려져 있고 적색, 녹색, 청색, 백색이 어울러져 고풍스러운 느낌을 전하고 있다. 벽화는 1800년대 사람들의 불교관과 그림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문화의 척도 해우소

문화의 척도를 보려면 화장실을 보라는 말이 있다. 뒷간, 측간, 갯간, 정낭, 통싯간, 해우소 등은 화장실을 일컫는 말들이다. 전국 대부분의 사찰에서 깨끗한 환경을 만들면서 조금 불편한 재래식 화장실인 해우소는 사라졌다. 그러나 보덕사 해우소는 온전한 모습으로 살아남아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보덕사 해우소는 1882년 지어진 건물로 136년 됐으며, 강원도 문화재 132호로 지정돼 있다. 화장실 입구는 하나다. 안으로 들어가면 남성은 입구 쪽, 여성은 안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숨소리를 들으며 일을 봐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대사(?)를 치르는 공간은 2층으로 아래 공간은 2~3m가량 차이가 나며, 아래를 바라보면 조금 무서울 수 있다. 나무로 지어진 건물엔 틈이 많다. 그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며 냄새를 없애주지만 인기척 소리를 증폭시켜 안에 있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해우소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고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문화재다. 극락보전 천장 벽화는 1800년대 문화의 향기를 주는 반면, 해우소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타임머신이 되고 있다.

글·사진=김남덕 사진부장 kim6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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