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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다대포 해수욕장' 물끄러미 바라봤더니 가슴까지 낙조로 물들었다

다대포 해수욕장 매력 속으로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 관광 100선’에 뽑혔다. 입춘이 지나고 초봄처럼 따뜻한 설 연휴가 지난 날 다대포 해수욕장을 둘러봤다.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귀한 관광 자원

갈대밭 가로지르는 나무 덱 따라 느긋한 산책

그네 흔들며 눈 감고 파도소리 듣는 호사 만끽

해 질 무렵 바다·모래밭·갈대밭 온통 황금색

 

 

 

■다대포 해수욕장

 

낙동강 하굿둑이 지나가는 강변대로에는 강바람과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교차한다. 도로를 따라 강변에는 길게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하단의 아름다운 낙조를 즐길 수 있는 ‘노을나루길’이다. 갓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시 산책로로 내려간다.

 

하굿둑을 지나왔으니 산책로를 따라 흐르는 물은 바다인 셈이다. 위쪽으로는 하굿둑이, 아래쪽으로는 을숙도대교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 산책로의 휴게 전망대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 햇살을 즐기며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이 바람을 즐기며 산책로를 부지런히 오간다.

 

30년 전만 해도 공기가 맑지 못하고 악취까지 풍기던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동차들이 강변대로로 질주하는데도 공기는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다.

 

휴게 전망대에서 다대포 해수욕장까지는 불과 10분 거리다. 10년 만에 간 다대포에서 발견한 옛날 모습이라고는 몇 안 되는 횟집뿐이었다. 아미산에는 아파트 숲이 펼쳐져 있다. 처음에 건설할 때에는 특혜 시비가 많았던 곳이다. 아파트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너른 바다가 넘실대고 있다. 부드러운 모래가 백사장을 뒤덮고 있다. 모래가 노란색이니 백사장이 아니라 ‘황사장’이다.

아파트 숲과 바다 사이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만들어져 삭막하기 쉬운 분위기를 푸르게 바꿔 놓았다. 숲과 숲 사이에는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하는 해수천과 해솔길이 조성돼 있다.

 

바다를 따라, 그리고 솔 숲 사이에도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돌을 깐 보도를 걷고 싶다면 솔 숲 사이로, 모래 같은 흙을 밟고 싶다면 숲 안으로 들어가 걸으면 된다. 교차로에 ‘다대포 매립 백지화 기념비’가 서 있다. 1991년과 2000년 정부는 다대포를 매립해 부두로 만들려고 했다.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서 저지시켰다. 그때 주민들이 뜻을 모으지 않았다면 천혜절경을 자랑하는 다대포 해수욕장은 사라졌을 것이다.

 

 

 

바다를 따라 난 산책로에는 특이하게도 그네가 여러 개 설치돼 있다. 산책을 즐기기보다 그네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서 햇살을 만끽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그네를 흔들면서 두눈을 감고 들릴 듯 말 듯한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도 있다.

 

바람이 제법 불고 있어 백사장을 걷는 사람은 드물다. 바다 가까운 쪽에서 한 여성이 모래바람을 온몸에 뒤집어쓰며 산책하고 있다. 먼 바다에는 화물선으로 보이는 배 한 척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하늘 높이 솟은 해가 둘 사이에 쏟아져 바다를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백사장 가운데에 외롭게 서 있는 거인처럼 커다란 조각은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인체 조각 작품이다. 그는 왜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해수욕장 왼쪽 끝부분에는 몰운대가, 반대쪽 끝부분에는 고우니 생태길이 만들어져 있다. 둘 다 나무 덱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을 걷는 산책로다. 무변광대한 바다 앞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이 마치 노란 파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 바닷가에서 갈대밭을 볼 수 있는 곳이 다대포 해수욕장 말고 또 있던가.

 

고우니 생태길의 갈대밭 한가운데 모녀가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다. 그 옆에 선 소나무 두 그루는 모녀를 바라보며 눈만 껌벅이고 있다. 두 소나무도 모녀지간인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갈대밭은 개펄이다. 다대포 해수욕장은 지금처럼 변하기 전 옛날에는 대부분 개펄이었다. 밤이 되면 개펄에서 게들이 기어 나오는 모양이다. 개펄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고우니 생태길이 가장 아름답고 사진 찍기에 좋은 시간은 당연히 해질 무렵이다. 갈대밭과 모래밭, 그리고 석양에 노랗게 물든 바다. 주변은 온통 황금색이다. 마치 환상의 세계로 여행하는 문이 열리기 직전의 모습처럼 보인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면 될 일이다.

 


 

■아미산 전망대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나오면서 아미산전망대로 향한다. 해수욕장은 물론 남해안 일대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앞을 가로막는 건물들이 없는데다 주변은 온통 숲이라서 부담없이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자마자 초대형 모래섬들이 푸른 바다에 편안하게 누워 있다. 백합등, 맹금머리등, 도요등, 대마등, 신자도, 장자도 등이다. 정확히는 섬이라기보다는 모래가 퇴적한 사주 즉 모래톱이다. ‘등’이라는 이름은 섬들이 ‘소의 등처럼 넓고 평평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모래톱에서는 해마다 새로운 생명이 자란다. 사람들에게 늘 풍족한 자원을 제공하는 곳이다.

 

섬 이름에는 어민들의 애환 같은 사연이 담겨 있다. 백합등의 경우 ‘바닷물이 빠지면 어민들이 강을 건너가 백합을 잡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도요등은 ‘도요새가 많이 날아든다’고 해서, 대마등은 ‘커다란 말을 닮았다’고 해서, 맹금머리등은 ‘솔개나 참수리 등 맹금류가 많이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띠는 섬들에 노을이 깔리면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낮에 보는 다대포 앞바다 섬들과 뭉게구름 사이로 저물어가는 저녁 무렵의 섬들은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세상일을 잊고 노을에 푹 파묻혀 있다 보면 얼굴을 물론 온 몸과 심지어 가슴 깊숙한 곳까지 붉은 낙조에 따뜻하게 물들어버렸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