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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코로나 대구 발생 1년…"경계 늦춰선 안된다" 의료진 여전히 사투 중

D방역의 성과와 과제…병상·인력·의료물품 문제 메디시티협의체서 해결
드라이브스루·생활치료 지역 의료진 기지 돋보여
감염병 상설 컨트롤 타워 의료진 부족 문제는 숙제

 

"대구였기에 가능했던 'D방역'의 성공입니다. 12년간 '메디시티'협의체로 다져진 병원간 유기적인 연대와 스스로를 봉쇄하며 견뎌준 높은 시민 의식이 만들어낸 기적이죠."

 

지난해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31번 환자가 발생한 뒤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대구는 마치 전시 상황과도 같은 절망적인 두 달을 보내야 했다.

 

이후 29일 741명까지 치솟았던 확진자 수는 4월 초순부터 한 자릿수에 머물다 마침내 53일만인 4월 30일 신규확진자 0명으로 떨어지면서 1차 대유행을 겨우 넘겼다. 여기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처절한 사투가 있었던 덕분이다.

 

 

◆국내 1,538명 사망자 중 206명이 대구

 

코로나19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17일까지 1년간 발생한 대구의 코로나19 총확진자수는 8천517명으로 16일에만 14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현재 159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도 상당하다.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17일 0시 기준 국내 에서 1천5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206명이 대구에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의료 대응체계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탓이다. 병실 부족으로 고령의 기저질환을 가진 확진자가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숨지는 사례가 잇따랐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것도 거대한 화약고가 됐다.

 

 

 

더구나 지난해 2월 19일에는 코로나19 감염자인 줄 모르고 이들을 진료한 대학병원 응급실 5곳 중 4곳(인공신장실 2곳), 중소병원 응급실 1곳 등이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응급 환자 치료에 공백이 생기고 이들과 접촉했던 의료진까지 격리돼 인력부족 사태를 키웠다.

 

 

◆D방역의 핵심은 '연대'

 

자칫 의료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이사진과 대구시의사회의 발빠른 대처 덕분이다.

 

18일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의료단체장과 5개 상급종합병원장들이 19일 새벽부터 연락을 주고 받으며 대응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24일 예방의학·감염병학 교수진들로 구성된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메디시티대구협의회, 대구시의사회 임원진들로 구성된 컨트롤 타워가 구성돼 부족한 병상과 인력, 의료물품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1차 대유행이 끝날 때까지 아예 대구시청에 상주 근무했다.

 

지역은 물론 전국의 의료진들도 힘을 보탰다. 24일 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이 SNS에 올린 호소문을 보고 봉사를 자원한 이들만 373명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직접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지만, 전화상담을 통해 확진 후 병실을 구하지 못해 자택 대기 하는 환자들을 문진하고 상담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지역 의료진들은 1차 대유행을 잘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대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2020 코로나19 백서를 내놓은 대구시의사회 김경호 공보이사는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가리지 않고 상호 협력하는 메디시티협의체가 구성돼 있어 서로 긴밀한 정보공유가 가능했던 게 가장 컸다"고 말했다.

 

기존 감염병 대응지침을 새롭게 만드는 의료진의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권기태 칠곡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를 고안해냈고, 이경수 영남대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질병관리청(당시 본부)까지 찾아가 설득한 끝에 생활치료센터를 통해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확진자들을 분리해 병상 부족 해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직 남은 코로나19와의 싸움

 

지난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번진 8월의 2차 대유행, 연말을 앞두고 시작된 3차 대유행 등을 겪으면서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19 피로감을 호소한다. 워낙 오래 지속된 사회적거리두기에 감염에 대한 경각심도 무뎌지고 있는데다, 심리적 경제적 고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포심을 가질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권기태 교수는 "코로나19 회복 환자 중 상당수는 폐가 딱딱해지고 기능이 떨어지는 '폐섬유화' 증상을 겪는다"면서 "더구나 젊은 환자 가운데서도 증세가 급작스럽게 악화하는 경우도 종종 보여 예측불가능이라는 보고도 많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정복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역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이 감염병 상설 컨트롤 타워 마련과 의료인력 확충이다. 대구시의사회는 백서를 통해 "대구시의 행정과 의료기관을 실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상시 운영하고, 이를 통해 중앙정부와 소통해야 한다"면서 "민방위 훈련처럼 감염병 발생 가상 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전공의와 간호사 등 인력 부족이다. 실제 코로나19 상황 속 감염된 산모1명의 분만을 위해 30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의사는 "앞으로 감염병 엔데믹 시대가 이어진다면 응급실, 분만실, 중환자실 등에서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한 단계가 필요해 더 많은 의료인력이 필요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윤조 기자 hanyun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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