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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나무기행]마을의 큰어른으로 흉년엔 구황작물로 250년 든든한 버팀목

강릉 현내1리 고욤나무

 

 

이 땅 지켜온 토종과일나무
주민 신목삼아 매년 서낭제
가치 높아 천연기념물 지정
밑동에 감나무 가지 접붙여
크고 맛있는 감열매 키워내
동의보감 딸꾹질 특효 기록


현대인에게 고욤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무척 낯설다.

그래서 고욤은 감나무 종류의 하나인 토종 감이라고 하면 쉽게 알아듣는다. 토종식물이 대부분 그렇듯이 과실에 비해 씨앗의 크기가 커 먹을 게 별로 없다. 자질구레한 것이 아무리 많아도 큰 것 하나만 못하다는 의미를 품은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 또 정반대의 의미인 '고욤이 감보다 달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 토종은 작지만 실속이 있는 존재로 이 땅을 지키며 살아왔다.

도토리, 밤, 고구마, 감자처럼 구황작물의 하나로 인기가 높던 과일이다. 굶주림과 질병을 이겨낸 조상들의 지혜를 담은 '구황촬요(救荒撮要)'는 '다 익은 고욤을 대추와 함께 쪄서 씨를 발라내고 한데 넣어 찧어서 먹으면 식량을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두 나무의 외형은 거의 같다. 고욤나무는 가지에 큼직한 감을 매단 감나무와는 달리 손톱 크기만 한 열매를 가지마다 달고 있다. 고욤 열매를 항아리에 담아 놓으면 숙성되면서 진액이 생긴다. 이 진액을 나물을 무쳐 먹거나 겉절이를 만들 때 넣으면 음식의 풍미를 더해준다. 그러므로 고욤은 고향의 맛, 엄마 손맛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동해고속도로 옥계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목적지는 현내1리 마을회관이다.

1~2분 직진해 가다 보면 역방향으로 마을회관과 함께 나무가 시선에 들어온다. 고욤나무는 마을 노인정 옆에 자리를 잡아 어르신들의 문안인사를 받고 있는 더 큰 어르신이다.

강릉시 옥계면 현내리 고욤나무는 무려 250년간이나 마을을 지켜왔다. 원래 숲을 이루고 있었으나 현재는 한 그루만이 남아 주민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고욤나무를 서낭당 신목으로 정해 매년 정월대보름과 음력 동지에 서낭제를 지내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8년 7월 규모 면에서 희귀하고 고유한 형태를 잘 갖추고 있으며 성황목으로 지금까지 주민들과 호흡하고 있는 등 민속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고욤나무는 한여름이 시작되는 6월 노란색 꽃을 피운다. 꽃은 6월에 연한 녹색으로 새 가지 밑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핀다. 열매는 둥글며 지름 1.5~2㎝로 10월에 노란색에서 흑색으로 익는다. 암수딴그루 나무로 근처에 암수가 함께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다.

고욤나무는 지역에 따라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불린다. 가음(태백), 고얌(강릉, 고성), 고얌나무, 고야, 괴얌(고성) 고욤(고성, 속초, 홍천), 굄(고성, 속초) 등 개성 넘치는 이름은 고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나무가 만든 문화다.

감보다 작은 크기로 인해 소시(小枾), 고욤의 열매는 마치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면서 분홍빛에서 흑색으로 변해 가는 소의 젖꼭지를 닮았다고 해서 소젖꼭지 감이란 뜻으로 '우내시'라고 부른다. 동의보감에 고욤의 꼭지는 딸꾹질을 멎게 하는데 특효가 있다고 적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콩감(豆枾)이라고도 부르며 약간 덜 익은 열매를 따다가 즙을 내어 종이우산에 발라 방수제로도 사용했다. 목재는 고급 가구재로 인기가 높지만 재목을 구하기는 어렵다. 사과, 배, 복숭아 등 대부분의 과일이 마찬가지로 감씨도 역시 심으면 어미보다 못한 땡감이 달리기 때문에 감나무는 고욤나무를 대리모로 쓰지 않으면 대를 이어 갈 수 없다. 고욤나무는 감나무 가지를 접붙여 평생 남의 자식을 키워낸다. 땅 깊숙이 헤매며 찾은 영양분을 아낌없이 남의 자식인 감나무에게 내어주는 것이 어린 뻐꾸기를 키우는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를 생각하게 한다.

사진·글=김남덕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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