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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의 기억들…옛 국군광주병원에 주목하라

광주비엔날레 전시공간을 찾아서 <3> 옛 국군광주병원
강운·김설아 등 12명 작가 전시
이불 작가 DMZ 철조망 작품
배영환 ‘임을 위한 행진곡’ 눈길
예약 통해 도슨트 동행 투어

 

봄 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10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 인적 없던 이곳에 다시 사람들의 온기가 스며들었다. 깨진 유리창, 그 유리창 사이로 뚫고 들어온 개나리꽃과 담쟁이 덩굴, 입원 환자에 대한 공지사항이 적힌 낡은 종이 조각.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병원 여기 저기를 걷던 사람들은 광주 오월의 이야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들을 감상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옛 국군광주병원이 오는 5월9일까지 열리는 제13회 광주 비엔날레 기간 동안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글로벌 프로젝트 ‘메이투데이’ 와 GB 커미션 작품을 만나는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국군광주병원에는 앞으로 국립트라우마센터가 들어설 예정으로 있어 이번 전시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마지막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지난 1964년 개원한 옛 국군광주병원은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계엄사에 연행돼 고문을 당한 학생과 시민이 치료를 받던 곳이었다. 2007년 함평으로 이전 후 폐허상태였던 병원은 광주비엔날레 제12회 행사가 열렸던 지난 2018년부터 ‘광주를 기억하는’ GB 커미션 작품 전시장으로 활용됐고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은 광주라는 도시를 미학적으로 재해석,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국군병원 전시는 공간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도슨트와 함께 둘러봐야한다. 도슨트와 동행 후에는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개별적으로 차분히 관람할 수 있다. 병원 앞 위병소 앞에 모여 전시 관람을 시작한다. 도슨트와 함께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이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군광주병원의 ‘장소성’에 주목하며 12명의 작가들이 신작과 대표작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광주에서 태어났거나 광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참여했고 기획은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과 임수영 독립큐레이터가 맡았다. 참여작가는 강운·김설아·이연숙·송필용·문선희·이세현·임남진·박화연·이인성·정선휘·정정주·최기창이다.

“엄마가 총소리가 들리지 않게 두꺼운 이불로 유리창을 막았어요.”, “잔치 때처럼 온 마을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어요.” 5000여 포기의 데이지 꽃길을 천천히 걷던 이들은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초등학생들의 천진한 목소리에 쉽게 발길을 옮기기 못한다. 1980년 5·18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이들의 기억을 , 2021년의 초등학생들이 낭독한 문선희 작가의 작품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_목소리’다.

1층 체육실에서 만나는 이연숙 작가의 설치 작품 ‘아무도 모르는 일 0518’은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작가가 바닥에 칠해놓은 하얀 진흙은 매일 이곳의 습도와 온도에 따라 조금씩 변해갔고, 10여일 전 취재 차 찾았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서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이세현 작가의 ‘에피소드_터전을 불태우다’는 수개월간 국군광주병원과 자신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 작품들이며 이인성 작가는 회화 ‘그라운드’에서 영감을 얻어 바베큐 기구와 풋볼 놀이기구를 소재로 작업한 ‘플레이어’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소소한 삶의 모습과 광주의 이야기를 담은 회화 작품들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강운 작가는 김준태 시인의 ‘아아 광주!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76행을 캔버스에 써 내려간 마음 산책’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으며 대학교 4학년 때 5·18을 겪은 송필용 작가는 황톳빛의 ‘오월의 역사’와 ‘붉은 정화수’를 전시중이다.

또 정선휘 작가가 포착한 소박한 사람들의 모습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임남진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질문과 비엔날레를 통한 광주정신의 지속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시작된 ‘GB커미션’은 광주를 기억하고, 광주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이불 작가는 비무장지대에서 가져온 철조망을 활용한 ‘오바드ⅴ’, 깨진 유리로 작업한 ‘태양의 도시’를 전시중이다. 임민욱 작가는 1949년 발생한 문경 민간인 집단학살에서 생존했던 채의진 선생이 만들었던 지팡이로 이뤄진 설치물 ‘채의진과 천개의 지팡이’를 선보이고 있다.

또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 ‘신의 언어’는 오래된 스태인드 글래스를 배경삼아 얽히고 설킨 실타래와 한글 등 다채로운 언어로 번역된 성경 구절이 적힌 종이가 만들어낸 터널이 인상적이다. 그밖에 병원 입구에 설치된 배영환 작가의 ‘유행가: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대 완공된 광주시내 보도블럭에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새겨넣은 작품이다.

2018년 작 카데르 아티아의 ‘이동하는 경계들’광주 트라우마센터를 통해 만난 5·18 유족들의 이야기와 정신과 의사 정혜신 등의 인터뷰를 통해 상실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국군광주병원의 의자와 의족, 신발 등을 배치한 설치물은 쉽게 치유되지 못하는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병원 본관 옆 붉은 벽돌의 ‘국광교회’에는 병원에서 떼어낸 수십개의 거울로 만든 마이크 넬슨의 ‘거울의 울림 (장소의 맹점, 다른 이를 위한 표식)’이 전시돼 있다.

도슨트 투어 운영시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7차례 운영. 회차별 15명. 사전예약 우선.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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