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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전주국제영화제 특집] ② 올해의 화두 ‘스페셜 포커스’…코로나19, 여성

코로나19 양상, 영향 담은 국내외 작품 11편
독립·예술영화 한 획 그은 여성감독 7인 조명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는 그해 가장 중요한 화두 또는 복기해야 할 주제를 제시하는 섹션이다. 올해 주목한 주제는 코로나19와 여성이다.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에서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인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코로나19 팬데믹을 돌아본다. 해외영화 5편과 한국 단편영화 6편 등 11편을 소개한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지난 한 해, 우리는 모두 코로나19 시대를 살았다”며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냈다. 이에 코로나19 시대 삶과 고통,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을 상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에서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독립·예술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여성감독 7명과 그들이 만든 영화 15편을 조명한다. 관습적인 영화 언어에서 벗어난 혁신적이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스페셜 포커스를 포함해 올해 전체 상영작 중 41%가량은 여성감독의 작품이다. 이러한 경향성에 대해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그동안 많이 보이지 않은 이야기에 서서히 집중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보고 들으려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 작가이자 인권 운동가, 다큐멘터리 작가인 아이웨이웨이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코로네이션>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이 봉쇄됐을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유럽에 체류 중인 아이웨이웨이는 우한에서 활동하는 여러 다큐멘터리 작가와 일반인들이 찍은 영상을 편집해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또 중국 웨이단 감독의 다큐멘터리 <방주>는 그의 할머니가 누워 계신 병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영화는 내적으로 깊은 정서적 일체감을 보여준다. 할머니의 병환이 자아내는 우울과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는 묘하게 공명한다.
 

 

<토탈리 언더 컨트롤>은 배경을 미국으로 옮겨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티즌 K>, <암스트롱의 거짓말> 같은 문제작을 만든 알렉스 기브니 감독은 세기적 재앙 속 미국 정부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핀란드 미카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자비로운 밤>은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된 가운데 헬싱키의 한 바(bar)에서 세 남성이 모여 삶의 진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단순한 구성을 취한다. 실제로 촬영한 바 이름이 ‘코로나’였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진다.
 

 

 

<코로나의 밀라노>는 이탈리아 정부의 오랜 봉쇄 조치에 힘들어하던 밀라노의 영화감독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다. 감독 57명이 각각 자신의 주변 풍경을 촬영하고 편집해 완성한 이 영화는 재앙 속에서도 발랄하고 희망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고 있는 이윤지·박재범 감독의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 김규진 감독의 <새 가족>, 전제민 감독의 <배달하는 삶>, 김아영 감독의 <수리솔 수중 연구소에서>, 제환규 감독의 <정말, 정말로 축하합니다>, 고선영 감독의 <미주> 등 한국 단편영화 6편도 우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 같은 작품들이다.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

 

 

 

이탈리아 출신 체칠리아 만지니는 세계대전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은 첫 번째 이탈리아 여성감독이다. 영화제에서는 <미지의 도시>, <마리아와 나날들>, <스텐달리(스틸플레이)>, <습지의 노래>, <여자-되기>, <목의 굴레> 등 그의 초기 단편 6편을 상영한다. 1950~60년대 이탈리아의 풍경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포착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한옥희 감독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실험영화 감독 중 한 명이다. 1973년 영화 작업을 시작해 이듬해부터 김점선, 이정희, 한순애 등과 함께 여성 실험영화집단 ‘카이두 클럽’을 결성해 이끌었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할 <구멍>, <중복>, <색동>, <무제 77-A>는 모두 그가 카이두 클럽에서 활동하며 연출했던 작품들이다.

20세기 이란의 대표 시인이자 뉴 시네마 선구자인 포루그 파로흐자드가 남긴 유일한 영화 <검은 집>. 이 작품은 타브리즈의 한센병 환자 수용소를 다룬다. 그는 직접 쓴 시를 내레이션으로 활용해 종교적 맹신이 한센병을 확산시키는 상황에 의문을 제기한다.

배우로 더 잘 알려진 바바라 로든 감독과 안나 카리나 감독의 대표작 2편도 빼놓을 수 없다.
 

 

바바라 로든의 <완다>는 길거리를 떠돌다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린 한 여성의 실화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 얼굴로 알려진 안나 카리나의 <비브르 앙상블>은 자유로운 히피 여성이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나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1990년대 ‘뉴퀴어시네마’라는 용어가 등장한 시기 아프리카계 미국 레즈비언인 셰럴 두녜이 감독이 연출한 <워터멜론 우먼>,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에 부모가 납치된 자전적 경험을 투영한 알베르티나 카리 감독의 <금발머리 부부>도 올해 영화제가 주목한 작품들이다.

문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