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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말 많고 탈 많은 특공, 곪은 게 터졌다

세종 양적 성장 급급 비수도권 이전기관 등 남용
제도 도입 10년새 개정만 10차례…신뢰성 상실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이전기관 주택특별공급제가 일부 공무원들의 투기판으로 전락한 것은 제도 태생에서부터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세종 아파트 공무원 특공 규정이 처음부터 모호하고 느슨하게 설계된 데다 특혜 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내놓은 사후약방문식 처방은 제도의 신뢰성마저 상실하게 만들었다. 출근지가 수도권에서 세종으로 바뀐 공직자 등에게 주거복지를 지원하고자 특공 제도를 마련했지만 행복도시의 양적 성장에만 급급해 무분별하게 남용되면서 이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 셈이다. 그러는 사이 세종지역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특공물량의 투기 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행복도시 이전기관 특공은 수도권에서 행복도시로 터를 옮기는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등 종사자에게 신규 분양 아파트의 절반을 우선공급하는 제도다. 법적 근거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고시인 '행복도시 주택특별공급 세부운영기준'이다. 2011년 4월 시행된 이 고시는 현재까지 무려 10차례에 걸쳐 개정을 거듭해 왔다. 행복청은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개선'한다며 매년 한차례 꼴로 특공 규정을 손질했지만 개정 전 법적 미비를 파고든 특공 혜택이 이미 누군가에게 주어진 뒤였다. 특공 규정 자체의 허술함과 태생적 한계를 방증하는 증거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대전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부대전청사 소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행 추진은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에서 이전하는 기관까지 특공 대상으로 폭 넓게 허용한 고시 규정 덕에 가능한 것이었다. 본사를 통째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지사 등 일부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종 특공을 받은 공공기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소규모 병원도 세종의 자족기능 제고 명분에 특공 제한을 받지 않았다. 행복청은 지난 4월에야 수도권에서 건축물 건설 또는 매입으로 본사·본청을 이전하는 경우로 특공 대상을 한정했다. 일반기업의 투자금은 3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요건을 강화하고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 특공 대상을 묶었다.

 

정부당국이 세종 아파트 특공을 느슨하게 마구 남발하면서 올 3월 말까지 10년 동안 136개 기관, 2만 5636가구(부적격자 포함)가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 기간 세종에 공급된 아파트가 9만 6746채라는 점을 고려하면 4채 중 1채가 공무원 몫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 사이 정치권발로 나오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론' 등 각종 호재는 세종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며 집값 급등을 초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2020년 한해 44.93%(전국 7.57%), 전세가는 60.60%(〃 7.32%) 폭등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전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완성' 발언이 나온 지난해 7월 당시 세종 아파트값은 6.53%(전국 0.89%), 8월엔 9.20%(〃 0.65%), 9월 4.50%(〃 0.57%) 연거푸 상승하며 요동쳤다. 또 세종 아파트 공시가격 중윗값은 올해 4억 2300만 원으로 서울 3억 8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세종에서 일반분양보다 쉽게 받은 특공 아파트로 공무원들이 막대한 시세차익 잔치를 벌였다는 국민적 공분이 터져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문승현 기자 starrykit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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