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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이주노동자, 3D 업종서 땀 흘리고 차별대우에 눈물 흘리고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전남지역 실태 조사 보고서
“법정근로시간 준수” 10명 중 2명 뿐 … “13시간 이상 일한다” 11.9%
아파도 제대로 치료 못받아 … 25%는 컨테이너·비닐하우스서 생활

 

 

#.지난 2019년 5월 한국으로 입국한 인도네시아인 A씨는 진도 조도면 멸치잡이 어가에서 일했다.

해뜨기 전인 새벽 5시에 바다에 나가 오후 8시까지 멸치를 잡았다. 뭍으로 오면 잡은 멸치를 삶고 말려 포장까지 한 뒤 밤 11시이후에야 하루 일과가 끝났다. 하루 18시간을 일하고 A씨가 받은 월급은 160만원.

조업이 없는 날에도 A씨는 편안히 쉬지 못했다. 사장이 시키는 집안 일, 사장 지인의 집 보수 공사에도 동원됐다. A씨는 “사장이 다른 집에서 일 하라고 해 거절했더니 ‘XX새끼야, 빨리와’ 라고 욕하면서 화를 냈다”고 말했다.
 

사장은 A씨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도 빼앗아 돌려주지 않았다. 목포에 있는 인도네시아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사장은 3년 동안 이 섬에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만 그럴까.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전남지역 농·산·어업 현장에는 내국인이 떠난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차별과 냉대는 바뀌지 않고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전남지역 이주노동자 실태를 조사해 25일 공개한 보고서는 전남지역 외국인 노동자의 힘겨운 타국살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보고서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전남 14개 시군에 체류중인 네팔과 동티모르,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 7개 국적 이주노동자 17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보고서에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주들의 인식,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의료 실태, 인권 침해 현황 등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우선, 설문에 참여한 외국인 노동자 중 법정근로시간인 8시간 이하로 근무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10명 중 2명 꼴인 19.6%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9~10시간 일했다는 외국인 노동자가 46.4%로 가장 많았다. 11~12시간은 22%, 13시간 이상 일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11.9%에 달했다.

이른바 ‘3D’업종으로 불리는 농·어업 현장에서 일하는데도, 최저시급을 다소 웃도는 수준의 임금만 받았다. 응답한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192만 5000원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의 한달 평균 근로 일수(25일)와 평균 근로시간(11시간)을 최저시급(2020년 기준 8590원)으로만 계산해도 236만 원이 넘는 임금을 받아야 하지만 법은 이들에게 예외였다.

광주전남이주네트워크 관계자는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63조에 의해 근무시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어촌의 경우 농번기와 비조업기가 존재하는 등 규정을 따르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악용해 노동자들을 착취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파도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외국인 근로자 3명 중 1명은 근무 중 다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에게 다친 후 어떻게 대처했느냐고 묻자 ‘병원치료를 받을 만큼 다치거나 아프지 않았다’는 응답자(34.3%)를 제외하면 ‘아픈데 일을 하라고 했다’, ‘병원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참고 일했다’, ‘사업주가 병원에 보내주지 않았다’고 응답한 외국인근로자가 42.8%였다. 절반에 이르는 외국인 근로자가 몸이 아파 병원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 것이다.

주거실태도 열악했다. 냉·난방 시설이 없었고 화장실도 없는 비닐하우스 삶을 사는 외국인도 많았다. 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조사한 결과, 외국인 근로자 151명 중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등 임시 건물’에 살고 있다는 이들이 25.8%나 됐다. 육지가 아닌, 배 안에 살거나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다는 응답자도 7.9%를 차지했다.

한편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는 26일 오후 4시 무안에 있는 전교조 전남지부에서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회를 갖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