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희생자에 대한 정부의 위자료(배·보상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서 판결로 지급받은 평균 배상금(1인당 1억3200만원) 기준보다 높이고,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우선 일괄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오임종) 등의 주관으로 1일 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특별법 배·보상 보완입법의 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제시됐다.
이날 행정안전부의 의뢰로 4·3특별법 전부개정 후속조치로 국가 차원의 피해 보상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김대근 연구위원은 보상 기준과 지급 절차 등을 설명했다.
김 위원은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의 배·보상 기준이 됐던 ‘8·4·8·4원칙’은 현재의 물가 및 임금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특히 대다수 유족들은 8·4·8·4원칙 대신 희생자 1인을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해 지급 후 민법 상 상속순위에 따라 배분하는 것을 선호해 이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8·4·8·4원칙은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이 경남 산청·거창 민간인과 대구형무소 수형인 학살 등 한국전쟁 초기 희생자에 대한 배상금으로 희생자 본인 8000만원, 배우자 4000만원, 부모와 자녀 각 800만원, 형제자매 400만원을 정해 지급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4·3희생자 1인당 보상액은 1억3200만원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희생자 1만4533명과 유족 8만452명 등 9만4985명에 대한 보상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허상수 재경 4·3유족회 공동대표는 ‘1인당 2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위자료 지급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대형 재난사고에 준하는 1인당 4억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마땅하지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정의 확립과 국가 재정 상태, 인권침해 사건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1인당 2억원이 지급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 이날 문성윤 변호사는 “옛 판결로 지급한 희생자 평균 배상금은 화폐 가치와 물가 상승, 지연 이자를 감안해 8·4·8·4원칙에 상회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며 “배상금은 본인과 배우자, 자녀, 형제를 구분해서 지급하기 보다는 희생자 1인에게 지급해 분배하는 것이 합리적인 배·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용역기관과 토론자들은 자녀와 형제자매 등 가족 구성원이 많으면 더 많은 배·보상금을 받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희생자 1인에 대한 배상금 총액을 정한 후 상속순위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 타당하고 밝혔다.
아울러 70세 이상 고령 생존 희생자(수형인·후유 장애인)와 배우자는 배·보상금을 일시·일괄 지급하는 것일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대근 연구위원은 “70세 이상은 배·보상금을 일시에 일괄 지급하고, 나머지는 연차적으로 분할 지급하되 연금 형태의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보완입법에서 일시·일괄 지급이 최우선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