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해가 발견됐다는 통지서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장연주씨(72·제주시 아라동)는 3일 제66주년 현충일을 앞두고 제주시 충혼묘지를 찾았다. 아버지 고(故) 장병주 육군 일병의 비석을 어루만지며 71년 전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애월읍 곽지리 출신인 고인은 늦깎이인 34세에 6·25전쟁에 참전했다.
장씨는 “1950년 오현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출병식을 가진 아버지는 저를 품에 안은 어머니에게 ‘딸을 잘 키우고 있으면 살아서 꼭 돌아오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태어난 지 7개월 때 아버지를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38도선을 돌파해 북진을 시작한 1950년 10월 3일 전사했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당시 부대가 궤멸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서 고인이 어디서 어떻게 전사한 지에 대한 기록이나 증언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아버지가 전사한 뒤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장씨는 작은아버지의 양녀로 들어갔다.
그는 어려운 형편에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했다. 아버지가 없는 설움을 딛고 그는 제주시 칠성로에서 2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하며 억척같이 살아왔다.
검정고시로 중학교·고등학교를 거쳐 제주한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현충일과 명절마다 충혼묘지에 가서 참배를 하고 있지만 71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 못했다.
아울러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해 전사한 아버지의 딸로 기록될 수 있도록 친자확인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6·25참전유공자회 제주도지부에 따르면 제주 출신 참전자는 1만3000여 명으로 이 중 2061명이 전사했다. 현재 생존자는 1202명이지만 모두 여든 살이 넘은 노병(老兵)들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제주지역 참전자 중 유해 미수습자는 1300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감식단은 2019년 제주에서 참전용사 증언 청취 및 유해발굴 설명회를 열었고, 400여 명의 유가족의 유전자 (DNA) 샘플을 채취했다.
이동식 국방부 유해발굴 분석관은 “유해발굴 사업은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해 유가족 품에 전하는 게 목표”라며 “정밀 감식과 유전자 검사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먼저 전투상황을 말해줄 참전용사의 증언이 필요해 2019년 3월 제주를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 현지에서 증언 청취와 설명회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