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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수박에 물줄기 샤워까지’ 전주동물원 동물들 여름나기 현장가보니

코끼리와 하마 사육사가 던져주는 수박 받아먹고 물장구
사슴과 사자, 호랑이들은 땡볕피해 그늘에 앉아 낮잠
영양제와 미네랄제등 투여, 해충 퇴치위한 소독도

29일 오전 10시 전주시 덕진동 전주동물원. 34도에 이르는 불볕더위에 사람도, 동물도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전주동물원에는 모두 99종 600여 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가마솥을 방불케 하는 열기에 기진맥진해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전주동물원의 유일한 코끼리 코순이(암컷·1995년생)도 마찬가지.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전주동물원에서 여름을 보냈지만, 여전히 전주의 더위가 익숙하지 않은 듯 시원한 실내 사육장에 들어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코순이를 실내 사육장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수박. 유동혁 사육사가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수박을 들고 “코순아”하고 부르자 코순이는 시원한 간식을 줄 것을 아는지 육중한 몸을 이끌고 유 사육사 쪽으로 다가왔다.

유 사육사가 코순이를 마주 보고 “입”이라고 외치며 손을 하늘을 향해 올리자 코순이도 긴 코를 하늘로 올리며 입을 크게 벌렸다. 코순이는 시원한 수박이 입에 들어오자 흘리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입에 든 수박을 다 먹은 코순이는 바닥에 떨어진 것 까지 코로 주워 깨끗이 먹어 치웠다.

그래도 더위가 가시지 않았는지 코순이는 사육장 안에 있는 폭포 아래로 내려가 물을 맞으며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유 사육사가 코순이에게 시원한 물을 뿌려주자 다시 입을 크게 벌리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코순이 옆에 사는 하마 모녀 하순이(1985년생)와 시내(2008년생)도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그늘막 아래에 있는 연못에 들어가 최영수 사육사가 주는 수박을 받아먹고 있었다. 한국 나이로 37살인 하순이는 주변에 관람객이 몰려들어도 사육사가 주는 수박을 냉큼 받아먹었지만, 아직 어린 시내는 낯가림이 심해 눈치만 보다 수박을 연못으로 던져주자 입에 문채 물 속으로 숨어버렸다.

 

 

백수의 제왕인 호랑이와 사자도 더위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사자 가족은 밀림의 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늘에 누워 배를 보이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시베리아 호랑이 번개(2016년생·수컷)는 뙤약볕을 피해 사육장의 다리 밑에 들어가 혀를 내밀고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사육사는 번개가 물을 좋아해서 물을 뿌려주면 물놀이를 하러 나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번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지 다리 밑에서 자리만 조금씩 옮길 뿐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방학을 맞아 동물원을 찾은 권하준 군(7)은 “사자가 무서운 줄 알았는데 저렇게 자는 모습을 보니까 귀여운 것 같다”라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전주동물원 직원들은 동물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야외 사육장에 그늘막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동물들이 조금이나마 열을 식힐 수 있도록 안개분무기를 가동하고 얼음과자 등 특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전주동물원 최형균 진료팀장은 “더위에 지친 동물들의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특식 뿐만 아니라 영양제와 미네랄제 등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특히 여름철에는 동물들이 해충에 의해 피부병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매일 2회 이상 소독하는 등 동물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하고있다”고 말했다.

이동민 whooo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