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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코로나에 맞서는 마산어시장 빨간조끼 4총사

[2021 코로나에 맞서는 사람들] ④ 어시장 자율방역단
코로나 확산 방지 위해 자발적 창립해 주 2회 시장 방역

“코로나 방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조금만 비켜주세요. 오늘도 경남에 확진자가 41명(18일)이나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끝날 때까지 마스크 착용 등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9일 오전 10시께 마산어시장 입구 앞 노상에서 김기욱(66) 마산어시장 자율방역단장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김 단장 뒤로는 새빨간 방역장비를 모는 이영기(67) 단원과 장비를 잡고 소독제를 분사하는 한영기(59) 단원이 보였다. 주변에서는 최해련(68) 단원이 지속적으로 시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마산어시장 자율방역단은 지난해 9월 어시장 상인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창립한 단체다. 현재 4명으로 구성된 방역단은 매주 월·목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어시장 전역을 돌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약품은 마산보건소·마산합포구청으로부터 지원받는데, 매번 사용하는 소독제의 양만 400ℓ에 달한다.

 

 

자율방역단의 첫 집결지는 마산어시장 상인회다. 물과 약품을 8대 2 비율로 섞어 상인회 건물에 비치된 ‘불도리’에 담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불도리’는 화재 사전 진화를 위해 각 전통시장에 보급되는 이동식 미분무 소화장치인데, 방역단은 방역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여분의 불도리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사전준비를 마친 방역단은 마산어시장 입구로 이동한 후 불도리의 엔진을 켜며 본격적인 방역 활동을 시작했다. 방역단은 우선 어시장 입구 앞 노상을 지나며 반대편 청과시장, 과일거리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마산어시장 진동골목으로 진입해 시장 곳곳을 누비며 방역 활동을 진행했다. 한영기 단원은 땅바닥에 놓인 상품을 피해가며 세심하게 소독제를 뿌렸다. 방역단을 본 상인들도 익숙한 일인 듯 방역장비의 이동에 방해되지 않도록 노상에 적재된 상품들을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김기욱 단장과 최해련 단원의 협조 요청에 잠시 걸음을 멈춰섰다.

 

 

10분도 되지 않아 단원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들의 방역 활동은 불도리에 담은 소독제가 떨어질 때까지 쉴 틈 없이 진행됐다. 30분 뒤 소독제가 떨어지자 방역단은 인근 가게에서 물을 빌려 새 소독제 제조에 나섰다. 물을 불도리에 담는 5분이 그들의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어시장을 이용하는 모두를 위한 방역활동이지만 갖가지 어려움도 존재했다. 소독약품 지원이 없을 경우 방역단 자비를 사용하기도 하며, 마스크 착용 등 사사로운 시비에 휘말리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마산어시장·수산시장 상인회에서 인력·식사 지원을 해주고 있다.

 

방역단이 처음부터 4명으로 출범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창립 당시 단원은 12명에 달했고 젊은층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 없이 지속되면서 방역에 대한 관심이 줄고 생업에 치이다 보니 단원은 점차 줄어들었고,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김기욱 단장 등 4명만 남게 됐다.

 

김기욱 단장은 많은 나이에도 발 벗고 봉사하는 단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60세가 넘은 노인들이 하기에는 아무래도 육체적으로 힘들다”며 “그럼에도 자발적으로 방역 활동에 참가하는 단원들이 대단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방역 활동은 12시 10분이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방역단은 불도리를 상인회 사무실에 두고 수고했다는 말을 서로 나눈 후 생업을 위해 각자 자신의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까지 남아 장비를 점검하던 김 단장은 “지금까지 어시장 내 집단감염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방역 활동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 코로나19가 길어지고 있지만 피로감을 느낄 여유도 없다. 코로나19가 끝낼 때까지 성실히 방역을 진행해 마산어시장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