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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르포] 내다버린 양심…제주해변 아침마다 ‘쓰레기 천지’

이호해수욕장, 각종 쓰레기 넘쳐나

4일 오전 6시30분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 

해가 뜨자 어둠이 걷히면서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 해변 풍경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백사장은 밤사이 사람들이 술판을 벌인 뒤 그대로 놔두고 간 쓰레기들로 넘쳐났다.

각종 술병과 종이컵은 기본이었고, 갖가지 배달음식에 과자 봉지, 컵라면 용기 등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술판을 즐긴 뒤 몸만 쏙 일으켜 떠났는지 백사장에는 돗자리도 가득했다.

백사장은 수많은 담배꽁초가 모래 속에 파묻혀 마치 초대형 재떨이를 연상케 했다.

음식물 쓰레기들이 뒤섞이면서 일대 심한 악취가 발생했고, 그 주변으로 까마귀 떼가 몰려들었다.

일부 쓰레기는 파도가 밀려와 닿는 곳 근처에 버려져 해양 오염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백사장 인근 나무데크와 제방, 인도도 쓰레기 천지였다.
 

 

 

휴식을 위해 조성된 인도 위 의자는 사람들이 버린 오물들로 쓰레기통 신세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술집과 음식점 등이 오후 10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노상 술판’ 대표 장소인 탑동광장이 폐쇄된 데다, 날씨까지 선선해지면서 집에 돌아가기 아쉬운 취객들이 도심권과 인접한 이곳 해수욕장으로 몰리는 것이다.

산책을 나온 사람들은 쓰레기로 뒤덮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기 일쑤였다. 일부는 처음 보는 광경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관광객 A씨(45·경기) “볼수록 기가 찬다”며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 B씨(71)는 “해가 뜰 때까지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며 “밤마다 음악 소리에, 고성방가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태반”이라고 했다.
 


백사장 맞은편 주택에 사는 주민은 매일 밤 대문 앞에서 대·소변을 보는 취객들과 쓰레기 무단 투기를 참지 못해 집 앞에 철망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호동은 매일 오전 12명, 오후 6명의 공공근로자를 투입하고, 자생단체들의 도움도 받아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그때만 깨끗해질 뿐 다음 날이 되면 다시 쓰레기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매일 해수욕장 일대에서 수거되는 쓰레기양만 2t 안팎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호해수욕장 백사장 내 음주·취식 금지 행정명령이 해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행정당국이 계도만 할 뿐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은 탓에 이 같은 무질서가 반복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진유한 기자 jyh@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