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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카프카·드보르작·스메타나 무대…보석같은 예술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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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문학관
실존주의 문학 선구자…생가 개조해 개관
현실 가상세계전 카프카의 여인들 전 눈길
#스메타나 박물관
체코음악 아버지…교향시 나의 조국 명곡
삶 예술세계 조명 스토리텔링 전 인상적
#드보르작 박물관
바로크양식 2층 건물 1932년 개관
체코음악 세계화 기여…일대기 한눈에

 

프란츠 카프카, 드보르작, 스메타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밀란 쿤데라….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체코 출신의 예술가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카프카, 드보르작, 스메타나는 프라하를 무대로 자신들의 열정을 불태워 독보적인 문학과 음악세계를 일궈냈다. 프라하를 동유럽의 보석이자 세계적인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다.
 

 

#프란츠 카프카 문학관

체코출신의 세계적인 문호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r, 1883~1924)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품고 있는 카프카 문학관은 아기자기한 노천카페와 구 시가지의 흔적이 묻어나는 레저타운의 중심부(밀라 스트라나)에 자리하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 광장으로 더 알려진 이 곳은 지난 2005년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의 생가를 개조해 문을 열었다.
 

카프카 문학관에 도착하면 붉은 색 기와지붕을 연상케 하는 2층 건물과 K자 조형물, 조각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개관 전 화재로 인해 정문만 남기고 집 전체가 소실된 아픔이 있었지만 프라하시의 지원으로 고증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건물 입구의 한켠에 설치된 카프카의 초대형 흑백사진과 오줌을 누고 있는 익살스런 두 남성의 형상이 빚어내는 이질적인 분위기가 묘한 느낌을 준다.

카프카 문학관에 들어서자 바깥 풍경과는 사뭇 다른 적막감이 흐른다. 그의 암울했던 삶과 인간의 소외, 허무를 다룬 실존주의 작가를 형상화 한듯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마치 작가의 내밀한 심리세계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문학관은 그의 유년시절과 청년기, 소설가로서의 고뇌와 애틋한 사랑 등 짧지만 드라마틱했던 삶을 한편의 흑백다큐멘터리 영화처럼 꾸몄다.
 

수많은 자료 중에서 눈길을 끄는 건 흰색 블라우스에 둥근 모자를 쓴 세명의 소녀 사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절, 나치의 광기에 의해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된 카프카의 여동생들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당시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가정에서 5남매중 맏이로 태어난 태어난 카프카는 어린 시절 2살, 4살 터울의 남동생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아픔을 겪는다. 특히 6살 때인 1889년 여동생 엘리, 이듬해에는 발리, 그로부터 2년 후에 세명의 여동생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불안한 유년기를 보내게 된다.

이 같은 평탄치 않은 개인사는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에 천착한 그의 문학세계와 깊은 관계가 있다. 특히 아버지의 강권으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이탈리아 보험회사를 거쳐 공기업인 보험국에 들어가 낮에는 공무원으로, 밤에는 글을 쓰는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당시 전업작가를 꿈꿨지만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현실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그는 일기에서 자신의 고달픈 삶을 ‘끔찍하다’(catastrophic)며 토로했다. 이 시기에 집필한 ‘변신’은 그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다.

‘어둡고 음울한’ 문학관에서 유독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공간이 있다. 생전 가족과 주고 받은 편지, 일기, 원고, 초판, 사진, 드로잉(카프카는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등을 연대기순으로 구성한 ‘카프카의 현실세계’(Existential Space)와 ‘변신’ ‘심판’, ‘성’ 등 대표작, 그의 연인들과의 사랑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가상의 세계’(Imaginary Topography) 등 2개의 섹션으로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이 가운데 4명의 여인과의 러브스토리를 사진과 영상, 홀로그램으로 풀어낸 ‘카프카의 여인들’은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카프카는 10대 학창시절 부터 폐결핵으로 요양원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날 때까지 6명의 여성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이 가운데 3명의 여성과 약혼했지만 결혼에 이르지 못했던 그는 이런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사랑할 수 있지만 같이 살 수는 없다’며 일기에 남기기도 했다.

‘카프카의 여인들’전에는 각자 다른 색깔로 카프카의 삶과 예술에 영감을 준 펠리체 바우어, 줄리 보르첵, 밀레나 예첸스카, 그리고 도라 디아만트까지 4명의 뮤즈가 관람객들을 맞는다.

프란츠 카프카 문학관의 지데크 필립(Zidek Filip)은 “프라하 시에는 문학관 뿐 만 아니라 작업실(황금소로 22) 등 그의 발자취가 깃든 33개의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박물관은 상설전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교육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메타나 박물관

“스메타나는 모차르트 보다 위대한 음악가다”. 카를교 인근의 스메타나 박물관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작곡가 베드리지히 스메타나(1824~1884)에 대한 프라하 시민들의 평가를 묻자 ‘체코 음악의 아버지’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것이 ‘나의 조국’에서 짐작할 수 있듯 19세기 중반 체코가 오스트리아에 맞서 독립운동을 펼칠 때 음악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체코음악의 선구자였다. 교향시 ‘나의 조국’은 스메타나가 청력을 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애국심을 불태우며 작곡한 명곡으로 자연과 역사, 풍경과 문화를 6악장으로 표현해냈다.

지난 1926년 블타바강이 바라다 보이는 찰스 브리지 부근에 들어선 스메타나 박물관은 1880년대 신 르네상스양식의 외관이 돋보인다. 체코국립음악박물관의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는 기념관은 1928년 베드리지히 스메타나(Bedrich Smetana Monument) 기념재단으로 건물을 매입한 후 수십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스메타나의 악보, 편지, 사진 등을 수집하는 등 아카이브 구축에 공을 들였다. 체코 정부의 노력 덕분에 박물관에 들어서면 거장의 음악세계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대한 컬렉션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중세 시대 백작의 저택 거실 처럼 클래식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 나오는 ‘나의조국’선율, 창문에 드리워진 베이지색 커튼과 블루 계통의 카페트,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4중주 악기 세트가 완벽한 앙상블을 자아내며 방문객을 콘서트홀로 이끄는 듯 하다. 기념관은 스메타나와 삶과 예술세계를 그의 궤적에 맞춰 조명한 스토리텔링전으로 꾸며져 있다. 방문객들은 지휘자 보면대(악보를 펼쳐 놓는 곳)의 레이저버튼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흘러나오는 스메타나의 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드보르작 박물관

체코의 음악가 계보는 스메타나와 드보르작(1841~1904)를 거쳐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안토닉 드보르작(Antonina Dvoraka)은 체코의 음악을 세계화 하는 데 기여를 한 음악가로 추앙받고 있다. 프라하의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케 크랄로브(Ke Karlovu) 파블로바역 인근에 자리한 드보르작 박물관은 바로크양식의 2층 건물로 지난 1932년 문을 열었다. 고향인 넬라호제베스에 건립된 기념관과 더불어 드보르작의 일대기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지닌 건물은 드보르작이 여름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지만 정작 이 곳에 머물지는 않았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생전 여행을 즐겼던 그의 여정을 따라 유럽 20개 도시, 러시아, 미국 등에서 연주활동을 했던 모습을 기록한 사진과 신문 스크랩, 대표작인 ‘신세계교향곡’ 악보, 팜플렛, 그의 손때가 묻은 책상, 피아노, 비올라, 담배 파이프 등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프라하=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