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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열매 안 열리는 ‘멸종위기’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왜?

5월 초 급격한 기온 저하…해충 피해도 심각

멸종위기종인 한라산 구상나무 열매양이 급격히 줄고, 달린 열매마저도 해충 피해를 크게 받아 보전과 복원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 영실지역 구상나무 45그루(높이 1.5m 이상)를 대상으로 열매양 등을 심층 조사한 결과 15그루만이 평균 34.8개의 열매를 맺었고, 이마저도 해충 피해가 심각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27그루 가운데 26그루가 건전하고, 평균 69개의 열매가 달렸던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또 구상나무 10그루에서 열매 3개씩 총 30개를 채취해 관찰한 결과 충실한 종자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충실한 종자 비율이 95.9%였던 지난해와 현저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러한 현상이 올해 봄철 이상기후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암수한그루(종자식물에서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 피어 암수가 구별되지 않는 것)로, 암꽃은 보통 5월에 달리고, 이후 열매가 돼 10월까지 익는다.

하지만 지난 5월 초 한라산에서 기온이 급강하고, 상고대가 맺히는 등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일 최저기온이 0.1도까지 떨어져 개화기의 급격한 기온 변화가 구상나무 열매양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최근 6년간(2016~2021년) 4월 26일부터 5월 10일까지 영실지역 일 평균기온 비교 결과 열매가 비교적 잘 달린 해였던 2016·2017·2020년에는 5도~18.1도를 유지한 반면, 열매가 잘 달리지 않은 해였던 2018·2019·2021년에는 10도 안팎을 유지하다 3.6도~4.5도로 급감한 뒤 다시 회복되는 특성을 보였다.

이와 함께 간신히 열매를 맺었더라도, 해충 피해로 건강한 열매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열매 표면에서 송진이 흘러나오고, 형태가 한쪽으로 휘는 등 열매가 달린 이후 해충 피해의 심각성이 확인됐다.

조사에 참여한 임은영 연구사는 “기후 변화로 구상나무의 꽃가루 날림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데, 개화와 결실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기온이 급강하해 결실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줄어든 열매들에 대한 해충의 경쟁적인 가해는 더욱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임균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내륙과 달리 한라산 구상나무의 경우 해거리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구상나무 열매양 감소 원인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관계기관, 전문가 집단 등과의 연구 협력을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유한 기자 jyh@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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