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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49년간 간첩가족 누명 벗어나 감사 죄없는 가족 억울함 더 풀어야 한다”

감춰진 진실 ‘동해안 납북어부 간첩조작사건'

 

 

창동호사건 유족 승소 소회

재판정 벗어나 비로소 미소
다른 피해자들에 도움 되길


“우리 이야기가 다른 납북어부 피해자분들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11일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중 최초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속초 창동호 사건의 유족들은 이번 판결이 다른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만류에도 법정에 나와=이날 오후 춘천지법 속초지원 법정동. 창동호 사건 유족들은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재판 1시간 전부터 법원에 모여 초조하게 판결을 기다렸다. 승소 판결을 듣고도 실감이 나지않는 모습을 보였던 이들은 재판정을 빠져나온 후에야 서로의 손을 잡고 웃었다. 이날 재판정에는 유족 28명 중 선장 김봉호씨의 아들 김창권(71)씨, 선원 강재봉씨의 아들 강준기(71)씨, 선원 마한기씨의 부인 장순자(80)씨가 출석했다.

■국가폭력 드러낸 용기=1972년 5월 창동호가 북에서 귀환한지 49년. 간첩가족이라는 꼬리표로 송두리째 망가진 삶을 살아왔던 이들은 2014년 재심을 신청해 지난해 말 아버지들의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날 민사소송을 통해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에 대한 사상 첫 국가의 책임 인정이라는 성과도 이뤘다. 김창권씨는 “아버지는 납북귀환 후 간첩 누명으로 감시를 받고 돌아가신 그날까지 술로 세월을 보내셨다. 돌아가신 후에야 명예를 찾아드린 나쁜 자식이지만 기분은 좋다”고 털어놨다. 강준기 씨도 “지는 건 생각도 안했다. 누명이 벗겨졌다는 것에 감사하다. 돈으로 보상받을 수는 없지만 국가가 책임을 인정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회한, 그리고 그리움=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들에게 곧 회한과 그리움이 밀려온 것 같았다. 강씨는 “아버지 같은 멀쩡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만들고 병들게 했는데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불쑥불쑥 치밀었다.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누명을 벗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장씨는 “남편이 납북됐다가 돌아와 고문을 당한 후 누워만 있다가 죽었다. 보리죽을 해먹고 남의 집에 공양하며 살았다. 승소는 말할 수 없이 좋지만 사람 목숨은 하나인데 가슴이 참 아프다”고 했다.

■더 많은 분들에게 희망되길=이제 유족들이 원하는 건 다른 피해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돕는 것이었다. 강씨는 “죄 없는 사람들의 억울함이 풀리는 사례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우리도 참 힘들었지만 북에 끌려갔다가 간첩으로 조작된 분들과 그 가족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우리의 사례가 그분들에게 힘이 되면 이제 더 바랄 건 없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이현정·최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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