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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5시간 줄 서서 3통 샀다” “대체 왜 트레일러만 주나”…군 비축 요소수 공급 현장 가 보니

 

‘요소수 대란’ 속에 정부가 군 비축 물량을 풀어 진화에 나섰지만 모호한 기준 등으로 요소수 공급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요소수 공급 관리 실패에 이어 비상 공급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화물노동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11일 오후 1시 30분 취재진이 찾은 부산 남구 우암동의 한 주유소. 인근 도로에는 요소수를 사려는 거대한 트레일러 행렬이 400m가량 이어졌다. 트레일러 50여 대는 일렬로 늘어져 차로 하나를 빼곡히 채웠다. 교통 혼잡, 비상상황 발생 등을 우려한 경찰 10여 명도 현장에 출동했다.

 

트레일러 대기 행렬 400m가량 이어져

오후 2시 판매 앞두고 오전부터 북새통

일반 화물차량은 대상 제외 ‘항의 빗발’

화물차 기사들, 국토부 관계자와 승강이

공급 장소 당일 7곳→5곳 변경 ‘혼선’도

 

이날 주유소에는 요소수 10L가 든 박스 1430개(1만 4300L)가 도착했다. 정부가 강원도 원주 등 군부대에서 확보한 요소수를 컨테이너 물동량이 많은 무역항 인근 주유소에 우선 공급한 것이다. 부산에서는 북항, 신항을 포함한 7개 주유소에 총 10만L 가량의 요소수를 공급하기로 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요소수 판매가 시작됐다. 요소수는 10L당 1만 원에, 1인당 30L로 제한해 판매됐다. 오전 9시부터 기다렸다는 25년 차 화물운송기사 나한응 씨는 “요소수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달려왔다”면서 “생업이 걸려 있어 올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판매는 컨테이너 트레일러로만 한정됐다. 이에 포클레인, 일반 화물 자동차 등 판매 대상에서 배제된 이들이 차량으로 주유소 입구를 막는 등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불만을 품은 화물차 기사들이 국토부 관계자와 승강이를 벌여 20~30분가량 요소수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화물차 기사들은 비현실적인 정부 방침에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에서 15년째 화물차량을 운송하는 김명일(54) 씨는 “요소수를 받기 위해 낮 12시부터 계속 기다렸다”면서 “같은 화물차인데 트레일러만 요소수를 살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의했다. 김 씨는 “일주일 치도 안 되는 30L가량의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기다렸지만 살 수 없다니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화물노동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결국 국토부는 정식 규격에는 맞지 않지만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일부 화물차에 요소수를 판매하기도 했다.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 장소 선정도 입방아에 올랐다. 이날 당초 7곳으로 지정됐던 부산 지역의 요소수 공급 주유소는 오전 사이 5곳으로 급히 변경돼 혼선을 빚었다. 컨테이너 차량을 수용할 만한 충분한 공간이 없거나, 공급 인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지난 10일 공급 장소로 지정됐던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는 이날 오전 11시에야 부산시로부터 장소 변경 통보를 받았다. 중구청은 당일 오전 8시에 현장을 나와 해당 주유소가 컨테이너 차량을 수용하기에 협소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주유소 대표는 “밤부터 손님들 문의 전화가 쏟아지는데, 국토부나 부산시에서는 당일 오전 11시 전까지 판매 취소가 되었는지, 대체 주유소가 정해졌는지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적어도 장소 고지 전에 현장을 한 번이라도 둘러봤다면 이런 혼선을 빚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10일 정부가 외교부를 통해 3개월가량의 요소수를 확보해 공급을 안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일 혼선을 빚으면서 화물 노동자 사이에서는 정부의 대책을 신뢰하지 못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부산지역본부 백진효 대의원은 “지금까지 정부가 확보했다고 말한 물량들은 장기적 방안이 아니라 생색내기용 물량에 불과하다”면서 “진작 대비를 안 하고 방치한 것인데, 정부가 화물노동자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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