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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영화 ‘매미소리’ 이충렬 감독 “진도 ‘다시래기’ 통해 부모·자식간 상처와 화해 다뤄”

24일 개봉…‘워낭소리’ 이후 13년만
‘축제이자 놀이’ 진도 장례 문화 담아
진도 출신 송가인 특별 출연

 

 

진도의 장례풍습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특이하다. 진도에서 죽음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도 장례문화는 그 자체가 축제이자 놀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1호인 진도 ‘다시래기’는 출상 전날 밤 노래와 재담으로 망자의 극락왕생을 빌면서 유족을 위로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풍습이다.

다시래기를 소재로 한 극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늙은 소와 농부의 이야기를 담은 ‘워낭소리’로 2009년 29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사상 유례없는 흥행을 거뒀던 이충렬 감독이 13년만에 선보이는 ‘매미소리’가 오는 24일 개봉한다.
 

영화는 2020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으며 화제가 됐지만 코로나 19로 개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작품은 다시래기의 최고봉이 되겠다는 야망에 사로잡힌 광대 아버지 덕배(이양희)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진 무명 가수 딸 수남(주보비)이 20여년만에 진도에서 만나면서 지난 상처와 갈등을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현재 진도에 머물고 있다는 이 감독은 작품에 대해 “부모, 자식간의 상처와 화해를 죽음을 통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부모 자식간에도 오해가 있고, 그 상처가 커져서 서로 원망하고, 탓을 하며 의절하기도 합니다. 이혼율이 증가하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갈등이 심해져가는 지금,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예전부터 장례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 감독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진도를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장례문화를 접했다. 보통 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르는데 반해 진도에서는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이 독특하고 생경한 문화를 작품에 담고자 우선 다큐멘터리로 작업을 했었다. 이후 다시래기와 관련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더해 영화로 만들었다.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도 신기한데, 더 신기한 건 상주들이 광대들을 불러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마당극처럼 놀이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다시래기를 소재로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광대들이 상주, 문상객들과 하나가 돼 밤새 노는 문화는 그저 망자의 극락왕생을 바라거나 유족들의 슬픔을 날려주는 의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이 감독은 ‘다시래기’ 자체에 중점을 둔 것은 아니었다.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죽음’이다. 이 죽음을 바탕으로 딸과 아버지 사이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시래기는 그 자체로 죽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딸은 어릴 적 트라우마로 자살 중독에 걸리는데, 아버지처럼 늘 죽음을 앞에 두고 살아요. 초상집을 찾아다니는 아버지 또한 항상 죽음 곁에 있죠. 다른 듯 같은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이들 이야기에 다시래기가 가장 적절한 소재였어요. 이들이 상처, 갈등에서 벗어나 화해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는 영화 제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워낭소리’를 ‘추억을 불러오는 소리’라는 의미로 썼는데, ‘매미소리’ 또한 어릴 적 트라우마와 고통을 불러오는 소리를 뜻한다는 것이다. 또 덕배와 수남이 만나는 배경인 ‘여름’을 상징하기도 하고, 광대나 가수를 의미하는 ‘매미’가 내는 소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진도 출신가수 송가인이 특별출연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이 감독이 1990년대 중후반 다큐멘터리 작업 당시 씻김굿을 하던 송순단 명인을 처음 만났고, 그의 딸인 송가인이 영화에 특별출연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송가인에 대해서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다방면의 예술적인 피가 흐르는 예인(藝人)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앞으로도 한국적인 소재, 정서를 바탕으로 더욱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제가 잘하는 것을 하고 싶어요. 자극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작업 보다는 정서적인 호소력이 담긴 아날로그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습니다. ‘워낭소리’나 ‘매미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죠. 이런 장르의 영화도 간혹 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