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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이 땅에 빛을…‘광주가톨릭박물관’ 개관

국내 최초 천주교 교구 지역박물관
광주대교구 상설전…로마주화 등 성물·유물
김희중 대주교 “가톨릭 진리 탐구 장 기대”

 

 

성경에 나오는 ‘렙톤’이라는 단어는 예수님 시대 유대인들이 통용하던 주화의 최소 단위다. 1렙톤은 로마 화폐 콰드란스의 2분의 1에 해당한다. 가치로 환산하면 당시 노동자 하루 임금인 한 데나리온의 128분의 1 정도에 달한다. 아주 액수가 작은 돈이다.

그러나 성경 속 과부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질마저 바쳤다. 예수님은 이를 하느님께 생명을 바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여겼다. 가난한 과부가 봉헌한 렌톤 두 닢은 어떤 이가 봉헌한 것보다 많은 것임이 틀림없다.
 

전시장 안으로 보이는 렙톤은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자세히 볼 수 없다. 동그란 형태라기보다 타원형에 가깝다. 얼핏 보기에도 보잘 것 없는 모양이다. 가치로 보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다. 그러나 성경 속 과부에게 그 돈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 작은 돈일지언정 기꺼이 봉헌했던 과부의 믿음과 신앙은 오늘의 우리에게 진정한 소유와 가치의 의미를 묻는다.

국내 최초 천주교 교구 지역박물관인 광주가톨릭박물관(박물관)이 지난 19일 개관식을 열고 상설전 ‘이 땅에 빛을’ 개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서는 ‘로마 미사 경본’을 비롯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대교구 활동상 등 다양한 유물과 자료들을 볼 수 있다.

당초 박물관은 지난 2020년 완공을 마치고 축성식을 가졌다. 이후 박물관 요건을 갖추기 위해 2년여의 준비를 했고 이번에 광주대교구청 안에 정식 개관을 하게 된 것. 박물관은 광주대교구 역사적 발자취를 담아낼 뿐 아니라 광주의 민주화 역사도 기억하자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이번 상설전은 그동안 광주대교구에서 수집한 성물과 유물, 신자들이 기증한 유물을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1부 ‘복음의 기쁨’에서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본 ‘쿰란 토기’와 18세기 ‘그레고리오 성가집’, ‘로마 주화’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1950년대 한국에 진출했을 당시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와 수녀회 소속 사제와 수도자들이 사용한 가방이 눈에 띈다. 당시 수녀들의 가방에는 본인의 물건이 아닌 의약품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6·25 직후 열악한 환경에서 주민들을 돕기 위한 차원이었는데, 가방은 당시 수녀들의 거룩한 봉사와 희생 정신을 상징한다.

 

 

2부 ‘자비의 얼굴’에서는 신자들이 기증한 예술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됐다. 특히 광주대교구청 앞뜰에 있는 ‘비움의 십자가’를 조각한 이춘만 작가의 ‘초기 설정 개요도’와 ‘개념도’가 눈에 띈다.

광주대교구의 설립 역사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3부 ‘신앙의 빛’은 광주대교구 역사 외에도 1984년 성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입었던 제의를 직접 만들었던 김희진 작가의 복제본을 선보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 대회 및 103위 성인 시성식 집전이 목적이었지만, 방한 다음 날 바로 광주를 방문해 80년 5월의 아픔과 상흔을 위로했다.

4부 ‘모든 형제들’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제들의 활동상 외에도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에 있었던 십자가를 볼 수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세상에서 교회의 사명과 세상을 향하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의 역할을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물관은 월요일부터 금요일(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 10명 이상 단체 관람 시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한편 지난 19일 광주대교구청에서 열린 박물관 개관식에는 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주례를 했으며 옥현진 총대리주교, 전임 교구장인 윤공희 대주교와 최창무 대주교, 이용섭 광주시장,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 송갑석·강은미·양향자 국회의원, 서대석 서구청장, 유물 기증자들이 참석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박물관이 하느님의 선과 예지를 원천으로 유물을 통해 가톨릭 문화를 창달하고 진리를 탐구하며 전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힘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