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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미리보는 토요일]'자작자작' 순백의 숲으로 힐링 트레킹

[강원의 맛·지역의 멋]원주 섬강 자작나무숲 둘레길

 

‘섬강 자작나무숲 둘레길'은 강원도 내에서 가장 최근(2022년 1월19일 개통)에 공개된 둘레길 중 한 곳이다. 원주 섬강 옆 나즈막한 야산에 조성돼 있어 적당히 또 가볍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코스의 전체 길이는 4㎞ 남짓. 제대로 된 강을 끼고 숲길을 걸어보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이곳 섬강 자작나무숲 둘레길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경사의 높고 낮음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완만해서 큰 힘 들이지 않고 충분히 걸을 만하다. 이 길에 들어서려면 일단 칠봉체육공원(원주시 호저면 산현리 124번지)을 찾으면 된다. 칠봉체육공원 뒤편이 바로 둘레길이다.

차를 세우고 나서 주차장 머리 위로 이어지는 나무 데크로드 라인을 눈대중으로 따라가다, 그러다 정말 들머리가 나오겠다 싶을 때, 그럴 때 아치 모양의 입구가 딱 등장한다. 그곳에서 이어지는 데크로드는 분명 내비게이션 안내처럼 그대로만 따라가면 자작나무숲으로 우리를 쉬이 안내할 테니 시작부터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샛길로 빠질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나무들이 제법 굵어지고 바닥이 푹신한 코코넛 매트로 바뀔 때 한동안 동행한 섬강과도 이별을 고한다. 길은 섬강을 등지고 산을 향해 완만하게 원을 그리며 좌회전, 왼쪽으로 꺾여 들어간다. 이제 온전한 숲길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겠지. 이내 앙증맞은 오솔길 등장. 가르마를 타 놓은 것 같은 길이 꽤나 단정한 모습으로 산의 굴곡을 타고 좌로 또 우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코코넛 매트길마저 끝나는 곳, 어떤 공사현장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멀리 시야 끝, 나무들 사이로 희끗희끗 자작나무 무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흙길. 하나로 쭉 이어지던 길도 이제는 갈림길로 이렇게 저렇게 나뉘기 시작하며 조금 더 복잡해진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닥에 박힌 자그마한 푯말, 그 안 녹색의 화살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일러주고 있으니까.

이리 좌회전, 저리 우회전, 돌계단 타다닥. 조금 전 그저 아련하게만 보이던 자작나무숲이 제법 또렷한 형태로 다가온다. 첫 번째 자작나무 바다. 그 안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하얀 바탕, 검은 점. 마치 눈동자처럼 둘레길 곳곳을 응시하는 것 같다. 길을 따라 나란히 도열한 모습이 멋스럽게 다가온다. 그런데…, 무슨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처럼 잣나무숲 속을 걷고 있는 것 아닌가. 당황도 잠시, 조금 전 자작나무숲길에 전혀 꿀리지 않는다. 이 구간도 멋있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그런 느낌이다. 곧게 하늘로 뻗은 잣나무 호위 속에 에스(S) 자를 그리며 하늘 위로 오른다. 운치(韻致)도 함께 피어 오른다. 이렇게 오르막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때 반가운 벤치 등장. 잠시 쉼을 청한다. 이제껏 올라온 길들이 발아래로 주르륵 펼쳐진다. 신발끈 단단히 묶고 다시 출발이다. 얼마를 걸었을까. 앞선 사람들의 발길이 빨라지는 느낌. 저 멀리 학생 커플로 보이는 이들이 짧은 탄성과 함께 폴짝폴짝 뛰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이제 제법 규모가 있는 자작나무숲 안으로 들어갈 순서다.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내리막길을 탄다. 그리고 작은 다리 건너기. 그다음 오르막길. 눈앞에 순백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금 지나고 있는 자작나무숲에는 다른 수종의 나무들도 더러 섞여 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그 기세는 잦아들고 자작나무의 흰빛은 더욱 또렷해진다. 이러구러 걷다 보니 다시 자작나무숲 한가운데. 오른쪽으로 꺾어지며 오르막. 그 끝. 나무다리가 나타난다. 한 50발자국 정도. 다리를 건너고 나니 다시 자작나무 계륵이다. 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쓸려 내려가듯 흐드러져 시야 안에 온통 흰 나무뿐이다. 이제 내리막이 나올 차례. 곱게 단장을 마친 길이 아래로 또 아래로 흐른다.

아무리 터덜터덜, 유유자적 걸어도 중력 방향으로의 걷기는 가속이 붙기 마련인가 보다. 코스의 중간 어딘가를 이제 막 지난 것 같은데 멀리 보이는 산 정상이 훌쩍 커버린 모습니다. 어느새 익숙한 물내음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사방으로 흩어진다. 다시 섬강이다. 강줄기가 서서히 모습을 보이고 있다. 꽁꽁 숨어 있는 화사한 자작나무숲길.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섬강, 잣나무숲길…, 그래서 더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글·사진=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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