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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무한 상상력·존버 정신'으로 세상 날카롭게 통찰…이외수 소설가 작품세계 조명

 

 

무한한 상상력, 사물을 대하는 통찰력. 지난 25일 타계한 고(故) 이외수 작가의 작품세계를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다.

마치 잘 빚은 도자기와 같은 매끄러운 문장 뒤에는 작가의 처절한 삶의 아픔과 진실이 숨어 있다. 불안하고 암울한 혼돈의 시대, 그 비극적 현실 속에서 찾아낸 아름다움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이외수 문학의 근간이다.

 

■시대를 풍미한 베스트셀러 작가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데뷔한 이 작가는 3년 뒤 소설 ‘훈장'으로 ‘세대'지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이 작가는 첫 장편소설인 ‘꿈꾸는 식물'에서부터 ‘들개', ‘벽오금학도'까지 모든 소설이 40만~50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로 주가를 높였다. 또 수필가로서 ‘하악하악'과 ‘청춘불패' 등의 작품은 명문장으로 위로를 전한다.

그의 작품은 초창기부터 문단에 충격으로 다가섰다. 장편소설 데뷔작인 ‘꿈꾸는 식물'은 홍등가를 운영하는 가족과 몸을 팔기 위해 밑바닥 인생으로 빠진 여성들, 성병 등 파격적인 소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 70만부 이상 팔린 ‘들개'는 들개 그림에 영혼을 바친 한 남자와 그 그림에서 삶의 이유를 얻은 한 여자 이야기. 박철수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아날로그 시대 예술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날카로운 충격을 줬다.

■청년에게 희망을

작가는 명상을 통해, 때론 일상생활을 기록한 수필집을 통해 촌철살인의 명언을 남기기도 한다. 이외수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존버 정신'은 혜민 스님이 이외수 작가에게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요청했을 때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고 답하면서 알려졌다. 존버는 비속어가 쓰인 것과 함께 존중하며 버티기, 존재하기에 버틴다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별칭처럼 이 작가는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을 즐겼다. 이 작가의 글은 간결하다. 위트가 넘치는 단문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였다. 2008년 펴낸 수필집 ‘하악하악'에서는 “인생의 정답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답을 실천하면서 살기가 어려울 뿐…”이라고 적었다.

■문장에 진심을 담다

그는 글을 쓸 때 진심을 담았다. ‘벽오금학도'는 스스로를 감옥에 가둔 채 집필하면서 거둔 결실이다. 당시 이외수 작가는 “감옥 납품업자에게 가서 감옥 철문을 달았다. 거기서 갇혀서 5년 동안 책을 썼다”고 회고했다.

또 글에 대해 자식과도 같이 여기며 무한 애정을 쏟아냈다. 그런 그의 글이 난도질당한 것에 분개하며 소송전까지 각오할 정도로 강한 애착을 가졌다. 2012년 7월1일 트위터를 통해 이 작가는 “작가들은 자기의 글을 자식처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출처불명의 팔다리와 결합되어 돌아다니거나 아예 난도질을 당한 몰골로 돌아다니면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라며 자신의 글이 허공을 헤매는 것과 같은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허남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