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조금강릉 23.7℃
  • 황사서울 20.0℃
  • 황사인천 18.4℃
  • 구름많음원주 20.0℃
  • 황사수원 19.9℃
  • 황사청주 21.5℃
  • 황사대전 21.4℃
  • 황사포항 24.0℃
  • 황사대구 22.6℃
  • 황사전주 21.4℃
  • 구름많음울산 22.8℃
  • 구름많음창원 22.2℃
  • 황사광주 22.5℃
  • 구름많음부산 20.9℃
  • 구름많음순천 21.1℃
  • 구름조금홍성(예) 20.5℃
  • 황사제주 19.3℃
  • 구름많음김해시 22.1℃
  • 구름많음구미 23.1℃
기상청 제공
메뉴

(광주일보)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시인 별세

‘오적’으로 유신과 맞선 저항시인
목포 출신으로 향년 81세
반독재 투쟁 옥고 치러
박근혜 지지 ‘변절’ 휩싸이기도

시 ‘오적’(五賊), ‘타는 목마름으로’의 김지하 시인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토지문화재단 관계자는 시인이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했으며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전했다.

본명이 김영일인 고인은 민중문학을 새롭게 재해석한 시를 쓰는 한편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맞섰던 투사였다. 아울러 전통 사상에 기초한 생명 사상을 추구했던 사상가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지난 1941년 목포에서 출생한 시인은 1954년 원주로 이사하면서 그곳에서 소년기를 보냈다. 이후 서울 중동고를 거쳐 서울대 미학과에서 수학했다.1993년 서강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2006년 제주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명지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학교, 원광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강의했고, 2013년부터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했다.

고인은 4·19혁명, 6·3사태 등을 겪었으며 이를 계기로 학생 운동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가 1970년대를 대표하는 반체제 문인으로 알려진 것은 그러한 활동에서 비롯됐다.

특히 당대 사회 현실을 예리하게 풍자했던 작품 ‘오적’(五賊)을 발표하고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됐다.

타령, 판소리 사설 등을 변용해 쓴 시를 일컫는 담시는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 형태의 시로 전달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고인이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70년대는 시련의 시기였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년) 사건으로 체포돼 긴급조치 위반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가 이듬해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김지하의 문학적 출발은 1963년 ‘목포문학’에 ‘저녁 이야기’라는 시를 발표하면서였다. 이후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을 비롯해 ‘녹두꽃’ 등의 작품을 김지하라는 필명으로 발표하며 문단에 ‘김지하’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오적’을 게재하며 특권층의 부패를 질타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오적은 부정부패를 일삼던 재벌과 국회의원 외에도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일컬었다. 고인은 일제 치하의 을사오적처럼 오적으로 부르며 통렬하게 비판했다.

또한 1972년에 발표된 ‘비어’에서는 권력의 횡포와 민심을 풍자의 형식으로 풀어냈으며 1974년에는 ‘똥바다’를 통해 당대 불의와 부조리를 그만의 목소리로 날카롭게 지적했다.

90년대 이후로 고인은 전통사상 등 여러 사상을 재해석해 생명사상에 심취했고 이를 설파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잇따른 분신자살을 질타하는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칼럼으로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진영과 멀어지게 됐다. 또한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 지지를 선언해 ‘변절’ 논란에 휩싸였다.

김지하는 고 박경리 소설가의 사위로도 알려져 있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와 결혼해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상과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을 비롯해 정지용 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오적’,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시와 산문집 ‘생명’, ‘율려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유족으로 장남 김원보(작가)씨와 차남 세희(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화관 관장)씨가 있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