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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날씨도 몸도 찌뿌듯한 날, 시원한 바다 보며 걷기!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작은 섬 ‘저도’의 6.35km 비치로드
우거진 나무가 햇빛‧가랑비 막아줘 여름 트레킹 코스로 좋아
저도연륙교 '콰이강의 다리'와 해양드라마세트장도 가볼 만

 

장마가 시작되면서 연일 날씨가 우중충하다. 종일 하늘빛은 흐리고 비는 오락가락한다. 몸과 마음이 축축 처진다.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실내 공기가 끈적끈적하다. 이럴 땐 차라리 나가서 걷는 게 낫겠다 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설렁설렁 쉽게 걸을 수 있는 길,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의 작은 섬 ‘저도’로 향했다.

 

걷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 더한 길

‘저도’는 섬 모양이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 돼지 저(猪)자를 써 이름 붙여졌다. 대부분이 산지인 작은 섬이지만 육지와 연결하는 연륙교가 놓이면서 이곳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고 연륙교를 지나 하포마을에 들어섰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긴다. 어촌 마을 풍경이 정겹다.

저도 비치로드 입구에 세 가지 코스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서 있다. 1코스는 제2전망대까지 걷는 3.7km(예상 소요 시간 1시간 20분), 2코스는 해안 덱길까지 걷는 4.65km(1시간 40분), 3코스는 제3바다구경길까지 걷는 6.35km(2시간 25분)이다. 가볍게 걸어볼까 하고 나선 만큼 2코스를 택했다.

 

덱 계단을 따라 둘레길에 오르자 계란꽃으로 더 많이 불리는 여름꽃 개망초가 잔뜩 피어 있다. 물기를 머금어서인지 더 싱그럽다. 짙푸른 나무들 사이로 바다와 섬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야자 매트가 깔린 구간이 많고 대부분 흙길이라 푹신푹신 걷기 편하다. 둘레길 곳곳엔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는 덱 계단과 길이 나 있다. 파도 바로 옆에서 모래사장을 걷다가 다시 둘레길로 올라갈 수 있다.

 

저도 비치로드는 여름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높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걸을 수 있는 데다 짙게 우거진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저도 비치로드를 찾은 날,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머리 위로 빗방울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하늘을 덮은 나뭇가지는 우산이나 우비가 필요 없을 만큼 든든한 초록 지붕이 돼 준다.

 

 

숲길을 만끽하며 제1전망대 덱에 닿으니 그야말로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쾌청한 날엔 거제·통영·고성의 산들을 다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구름 잔뜩 낀 하늘이 아쉬웠지만 거칠 것 없이 뻥 뚫린 시야가 시원하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섬은 ‘고래머리’. 이름처럼 고래가 물위로 살짝 머리를 내민 듯 보인다.

제2전망대까지는 산길이다. 평평한 길,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적절히 섞여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물론 바다 보는 맛은 쭉 이어진다. 피톤치드를 마음껏, 바닷바람을 마음껏 들이켜며 걷는데 발 옆에서 ‘후다닥’ 무언가 움직인다. 큰 벌레인가 긴장했더니 웬걸 ‘게’다. ‘찰칵’ 얼른 사진부터 찍고는 검색해 보니 산에 산다는 ‘도둑게’이다. 찍은 사진을 확대해 보니 등딱지에 웃는 표정 같은 무늬가 있다. 그래서 스마일게라고도 한단다.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제2전망대는 섬이 굽이지는 곳에 있다. 이곳부터는 나무 덱길이다. 바다를 옆에 두고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비치로드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구간이다. 바다와 섬의 경계선 위를 따라 사뿐사뿐 걷는 기분이라니. 덱길은 제3전망대를 지나 제4전망대에서 끝이 난다. 온 길을 되짚어 나가는 이들도 많지만, 안내도의 코스대로 산길을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산을 오르는 중에도 고개만 돌리면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다. 주차장이 있는 하포길까지 1.4km. 그중 절반이 오르막길이라 약간 숨은 찼지만 계획에 없었던 등산이 작은 성취감을 준다. 산길을 걸을 생각이라면 비에 젖은 낙엽이 미끄러우니 트레킹화를 꼭 신는 게 좋겠다. 산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 주차장 옆이다. 주차장 위쪽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오토캠핑장 공사가 막바지 진행 중이다. 캠핑과 트레킹을 함께 즐기는 것도 색다른 힐링이 될 것 같다.

 

콰이강의 다리와 해양드라마세트장

저도 비치로드로 향하는 길 분명 ‘빨간 다리’가 눈길을 잡았을 것이다. 보석 같이 빛나는 트레킹을 즐기고 나오는 길, 그 빨간 다리 ‘저도연륙교’에 들렀다. 저도와 육지를 잇는 연륙교는 두 개다. 하나는 차가 지나다니는 흰색 다리, 하나는 걸어서 다니는 빨간색 다리다. 1987년 설치된 빨간 연륙교는 2004년 흰색 새 다리가 설치되면서 보행 전용으로 바뀌었다. 2017년에 다리 바닥을 투명한 강화유리로 바꿔 ‘스카이워크’로 재탄생했다. 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다리와 비슷하게 생겨 ‘콰이강의 다리’라는 애칭이 붙었다. 2001년 박신양과 이미연 주연 영화 ‘인디안 썸머’와 가수 거미의 뮤직비디오 ‘그대 돌아오면’을 이곳에서 촬영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다리 입구 쪽 바닥에는 트릭아트가 그려져 있어 재밌는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운영을 중단하지만 가랑비가 내리는 정도의 날씨에는 건널 수 있다. 바다 위라 바람은 세차게 불었지만 빨간 구조물 너머로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색다르다. 투명 유리 구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유독 커플이 눈에 많이 띈다. 연인이 손을 잡고 이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마산 바다를 조금 더 즐기고 싶다면 저도연륙교에서 9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해양드라마세트장’으로 가 보자. 세트장에 들어선 순간 가야 시대에 뚝 떨어진 듯, 혹은 사극의 한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하다. 바닷가에 야철장, 선착장, 저잣거리, 마굿간, 마방 등을 재현한 목조건물 23채와 선박 등이 있다. 2010년 세트장을 만든 이후 여러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MBC 드라마 ‘김수로’가 처음 촬영됐고, ‘무사 백동수’ ‘기황후’ ‘징비록’ ‘육룡이 나르샤’ ‘미스터 선샤인’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 ‘꽃피면 달 생각하고’ 등에 이곳이 등장했다. 해양드라마세트장에도 걷기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있다. 자연 그대로의 흙길을 활용한 ‘파도소리길’이다. 총길이 1.7km로 천천히 걸으면 1시간 걸린다. 시원한 파도 소리가 이른 더위를 푸르게 씻겨 준다.

 

 

▷여행 팁: 자차를 이용해 ‘저도 비치로드’를 찾는다면 하포공영주차장을 목적지로 하면 편하다. 저도연륙교 주차장을 출발지로 삼고 트레킹하는 이들도 많다. 저도연륙교 운영 시간은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10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9시이다. 야간에는 투명 유리 구간에 은하수 조명이 켜져서 더 낭만적이다. 입장료는 없다. 눈이나 비가 오면 운영을 중단한다. 해양드라마세트장은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문을 연다. 드라마 촬영 때는 관람이 제한된다. 관람료는 무료.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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