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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米안하다, 사랑한다.

[품종 교체기, 경기쌀의 내일은·(上)] 동북부 쌀 농사 중심 '대안벼' 운명은
밥상 흔드는 '대안벼 퇴출'… 입맛만 다시는 농가

 

경기도는 유서 깊은 명품 쌀 생산지다. 물이 풍부해 땅이 기름지고, 일교차가 커 천혜의 벼농사 지역이다. 임금의 수라에 경기도 각지의 쌀이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경기 쌀이 전국적 명성을 얻은 데는 1960년대 일본 쌀품종인 '추청'이 경기도에 집중 재배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논란 이후, 일본 쌀품종에 대한 퇴출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지역 곳곳에서 고민이 시작됐다.

 

경기도농업기술원 등이 주도해 참드림 등 새로운 쌀 품종을 자체 개발한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오래도록 유지해온 품종을 교체했을 때, 그동안 쌓아온 재배 경험과 고유의 특성을 잃게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느 때보다 쌀 시장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품종 교체기에 접어든 경기도의 상황을 조명해본다. → 편집자 주·관련기사 3면([품종 교체기, 경기쌀의 내일은·(上)] '노 재팬' 후폭풍… 다시금 전환기로)

 

 

수요 적어 내년부터 '보급종' 제외
토질 등 적합 대체종 찾기 어려워
농가·지역서 직접 수급해야할 판

 

20년 넘게 경기 동북부지역 쌀농사의 중심에 있던 '대안벼'가 자칫 수년 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내년부터 대안벼가 정부 보급종에서 제외돼 각 지자체가 품종대체에 매진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대안벼를 재배해온 농민들로선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각 지역 토질, 기후에 맞는 품종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가운데 품종이 바뀌면 지역 쌀 고유의 특색이 옅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대안벼는 1995년 작물시험장(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만든 품종이다. 아밀로스 함량이 낮아 밥의 찰기가 좋고, 다른 벼 품종에 비해 쌀알이 크고 두터워 식감이 좋은 게 특징이다. 병충해에도 강하고, 미질변화도 적은 편이다. 포천, 연천, 양주 등 경기 동북부 지역에서 중점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일교차가 큰 편인 해당 지역 기후 특성에 대안벼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길게는 20년 이상 해당 지역 벼농가들이 대안벼 재배에 매진해온 만큼 경험이 축적돼 있다.

이들 경기 동북부지역 벼농가로선 내년이 큰 전환점이다. 내년엔 정부 벼 보급종에서 대안이 제외돼서다. 정부는 매년 각 지자체와 농협, 농가 의견을 토대로 25~30종의 정부 보급종을 정한다. 올해는 대안을 비롯한 27종이 정부 보급종이었다.

대안벼에 대한 수요가 다른 벼 품종에 비해 비교적 적은 데다, 최근 몇년 간 많은 강우량 탓에 채종지에서의 종자 수급이 불안정해 벼 품종 교체 필요성이 제기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경기도 벼재배면적 중 대안벼가 차지했던 비중은 6%였다. 대안벼 재배가 경기 동북부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확대했을 때는 다른 벼 품종보다 대안벼의 비중이 더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부 보급종에서 제외된 종자는 각 농가가 개별적으로 구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수급해야 한다. 종자 수급 안정성 문제가 몇년 간 대두됐던 점과 맞물려, 대안벼를 지역 내 주 품종으로 삼아왔던 각 지자체는 저마다 참드림, 알찬미 등 대체 품종 찾기에 나섰다.

 

 

밥맛 변화 소비자 반응도 미지수
"자체 수급" "대체종 찾자" 분분

 

다만 일선 농가들로선 오랜 기간 재배해온 것을 두고, 새 품종 재배에 나서기가 내심 탐탁지 않은 분위기다. 대안으로 구성돼온 각 지역 대표 브랜드쌀이 소비자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아왔던 점도 변수다.

벼 품종이 바뀔 경우 기존 대안과는 밥맛이 다소 달라지는 만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지역 농협에서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내부에서도 종자를 자체 수급해서라도 대안벼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안정적 수급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품종을 대체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선다. 각 지자체가 대체 품종을 정한다고 해도 실제 대안벼를 대체해 나가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동북부지역의 한 농협 관계자는 "경기 동북부지역 외엔 대안벼를 거의 재배하지 않다보니 정부 보급종에 포함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대안벼를 오랜 기간 해당 지역에서 재배해 지역 농가와 소비자들 모두 선호도가 있었다. 대체가 불가피하다고 해도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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