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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2천km] 김천(金泉) 녹색길 자전거길

부항댐…256m 길이 출렁다리 건너는 짜릿한 경험
수도산 모티길…쉼없는 오르막에 땀 흘리다 보면 치유의 숲 도달
청암사 인현왕후의 길…왕후의 슬픔 담은 10개 테마로 구성

 

직지사~자산동 벽화마을~부항댐~무흘구곡~모티길~수도암~청암사 77Km

 

옛적, 한양으로 향하던 세갈래 고개길! 바람도 쉬어가던 추풍령(秋風嶺), 새들도 숨죽여 건너던 조령(鳥嶺), 아흔아홉 굽이길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던 죽령(竹嶺)! 그 세 고개중 가장 으뜸길인 추풍령! 지금이야, 싱싱달리는 신작로로 변모했지만, 그 옛날 등짐매고 청운의 꿈을 안고 길을 재촉하던 고갯길에는 굽이굽이 눈물샘이 아로 새겨져 있다.

 

추평령 고개를 품은 김천(金泉)은 사통발달 대한민국 교통과 소통의 중심지로 탈바꿈 하였다. 영남, 충청, 호남 어디나 발길 닿는대로 재깍재깍 휘휘 내지를수 있는 국토의 중심터가 되었다. 오늘의 자전거는 그 배꼽터 위에서 신명나게 바퀴질을 해 볼 심산이다.

신라 최초의 사찰, 선산의 도리사를 창건한 '아도(阿道)화상'은 내친김에 황악산 자락에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의 유래가 있는 직지사를 418년 창건하였다. 산사(山寺)는 오랜 역사의 풍파속에 임진왜란 당시, 직지사에서 출가하여, 직지사 주지도 역임하고 승병장으로 이름을 드높인 '사명대사'의 기백을 담아 오늘날에 이른다.

자전거는 직지사 언저리를 휘 내젓고, 사명각에 담긴 사명대사의 패기를 잔뜩담아 능여계곡에서 출발한 물줄기를 따라서 김천 중심부를 향해서 달린다.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 볼수 있는 명소에 당도한다. 모악산 옆자락, 가파른 언덕배기 마을의 푯말앞에 멈춘다. '성내동 달동네' 이제는 '자산동'으로 불리우는 꼬불꼬불 미로길의 초입이다.

 

 

담장마다 울긋불긋, 형형색색 앙증맞은 벽화들이 난무한다. 바로, "자산동 벽화마을"이다. 마을은 2015년, 마을 새뜰사업으로 새단장을 하였다. 자전거는 가파른 언덕의 오르막길에 온몸이 땀방울로 젖는다. 맨 꼭대기 쉼터에 가까스로 오르자 비로소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온다. 마을은 언뜻보기에 목포의 서산동 벽화마을과 살짝 닮았다.

언덕위 왼켠 아래로 옹기종기 정겨운 자산동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씨이소처럼 오르막 내리막을 따라 좁다란 마을길은 미로를 만들었다. 반대쪽으로는 직지천 줄기가 흐르는 김천 시가지가 펼쳐진다. 뱀 또아리에서 빠져나오듯 요리조리 조심스레 벽화 그림의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와 강변길로 접어든다. 여기서 부터는 강줄기만 줄곧 따라가면 된다.

 

 

◆김천 부항댐, 출렁다리 물위의 향연

부항댐 출렁다리를 만나러간다. 높이 93m의 짚타워와 256m의 출렁다리가 연출하는 물위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흔들리는 출렁다리위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묘미는 짜릿 그 자체이다. 하늘에는 때 마침, 멋진 영상을 위해 드론이 윙윙댄다. 이른아침 노심초사하며 달려온 땀방울이 충분하게 보상받는 시간이다. 약 5km로 전후의 부항댐 일주길을 신바람나게 질주한다.

왼켠의 댐위 물길을 내내 바라보며 아기자기한 녹색길을 만끽한다. 슬슬 달려도, 질주하듯 내빼도 다 좋은길이다. 길이 끝날즈음 뱃속의 재촉이 시작된다. 다들 뒷짐에 꼬깃 챙겨온 주점부리를 내 펼친다. 바나나도 물많은 오이도 배어문다. 아직, 가야할 길이 아득하다. 눈앞의 삼방산을 넘어 무흘계곡으로 향해야 한다.

흑돼지로 유명한 지례면을 거쳐서 산길을 넘는 루트는 둘이다. 약 500미터나 되는 똥재와 코배기재다. 제법 가파르지만 단거리인 똥재를 진땀을 빼며 넘는다. 오르막만 약 3km로 남짓이다. 증산면 복지센터에 도착한다. 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을 허겁지겁 해결하고 달달한 다방 커피 한잔을 입가에 축이고 나오니 실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수도산 녹색숲의 백미, 모티길 15Km

이젠 "모티, 모퉁이 길"이다. 마치 모퉁이처럼 삐죽 삐쳐나온 길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김천에는 "모티길"이 둘 있다. 하나는, 직지사 인근의 '직지 문화 모티길' 10Km, 둘째는 수도산 숲으로 연결된 '수도 녹색숲 모티길' 15Km가 그것이다. 두번째 길은 황점리 원항점에서 시작하여 수도산 치유의 숲에서 끝난다. 어느쪽에서 시작해도 되지만, 증산면 사무소앞 작은 다리를 건너 황점리 방향으로 오르기로 한다.

가는길은 지난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초입 구간은 약 5km로 정도의 쉼없는 오르막이다. 땀이 비가 되고 흐르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황점리 원황점 마을은 깊숙이 오래동안 숨겨둔 오지처럼 원시림스럽다. 온통 고요하다. 이윽고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자 길도 차츰 점쟎아진다. 울창한 낙엽송 군락지가 웅장함을 더해준다. 이윽고, 단지봉 중턱에 들어선다. 다들, 잠시 긴장의 끈을 풀고 목을 축인다.

숲은 더욱 깊어진다. 바람소리도 사라졌다. 나무숲들이 간간이 부딪히는 사각거림이 자못 평화스럽다. 절대 행복이다. 자유로움이다. 숲속의 거대한 고요함에 탄성이 연발된다. 두바퀴의 발길질이 오히려 가벼워진다. 힐끗힐끗 숲 틈새 사이로 산아래 시원한 광경들이 감탄을 준다. 아름드리 나무숲을 지나고, 얼마나 달렸을까. 자작 자작대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자작나무숲이다.

수도산 치유의 숲속에 조성된 군락지다. 다들, 흰백색의 파노라마속에 풍덩빠져 "야호"를 내지른다. 이제부터는 단절의 시간이다. 자전거에도 잠시 쉴틈을 주고, 다들 드러눕는다. 곳곳에 놓여진 널다란 평상위에 큰 대자로 누워서 하늘을 향해 큰 들숨을 쉰다. 자작나무숲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인근의 나무숲과 어우러져 청량한 산소를 맘껏 뿜어내고 있다.

이대로 잠시 잠들고 싶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치유의 숲을 빠져 나온다. 15Km의 끝 지점인 수도산 삼거리에 당도한다. 여기서 길은 세 갈래다. 1,300미터 수도산 밑자락에 있는 수도암 길, 청암사로 향하는 길, 내리막을 바로 질러 수도리 마을로 향하던지 해야 한다.

 

 

◆청암사, 인현왕후의 길 8.1Km

우리는 인현왕후와 청암사를 만나러 갈 참이다. 삼거리 초입에 "인현왕후의 길"이라고 커다랗게 형상이 서있다. 내친김에 왕후의 길을 달려볼 참이다. 15세의 나이에 왕비가 되었으나, 장희빈의 시기에 폐서인이 된 후, 다시 숙종의 부름을 받아 중전으로 복귀했지만 35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아련한 역사의 주인공이다. 왕후에서 폐출된 후, 청암사 일대에서 약 3년에 걸쳐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인현왕후의 길은 10개의 테마길로 구성되어 있다. 곳곳에 왕후의 심정과 슬픔, 인내를 담은 스토리가 전개된다. 초반의 서너 코스까지는 그럭저럭 자전거가 갈수 있지만 곧 바로 자전거를 들쳐 매야 한다. 다소 가파른 계단길도 올라야 하고 바위길도 건너야 한다. 낭만도 뒷전이다. 점점 기진맥진해 간다.

얼마나 걸었을까? 제법 끝이 보인다. 인현왕후길 6길이 끝날 즈음 무흘구곡의 용추폭포에 다다른다. 얼마나 반가운지! 제법 찬 기운마져 느꺼지는 폭포수에 얼굴을 담근다.

 

 

◆고요함의 극치, 청암사(靑巖寺)

많은 산속 사찰이 있지만 청암사만큼 소박하고 정갈한 사찰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직지사의 말사다. 불영산 자락의 청암사는 858년 도선(道詵)이 창건 하였다. 여러모로, 청도 운문사랑 딱 닮았다. 비구니 사찰이다. 승가대학이 있다. 사찰 음식으로 이름높다. 조용하고 고요하다. 웅장하지 않지만 큰 울림을 준다. 매년 사찰 음식을 소개하는 행사도 여럿이다.

스님의 수련도량인 승가대학으로도 이름이 높다. 운 좋으면 스님들의 춤사위 동작들을 시연하는 행사를 만날수도 있다. 바로 "우슈"다. 놀랍게도 청암사는 2022년 전국 우슈대회에서 1위를 달성했다. 스님들의 몸동작이 예사롭지 않았음이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청암사가 더욱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찰의 수수함과 소박함 때문이다. 그냥 편하다. 다리 아래로 이끼계곡이 유명하다. 어스럼할 무렵 빛의 각도가 맞다면 인생샷도 건질수 있다.

김천의 녹색길 자전거는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그 옛적을 출발하여 현대를 지나 다시 자연속으로 빨려들고, 이내 청암사의 고즈넉함에 쉼표를 찍는다. 매년, 계절이 바뀔때 마다 꼭 다시 와야만 할 곳이다. 추풍령의 노랫말이 스쳐 지나간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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