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강릉 16.3℃
  • 맑음서울 19.9℃
  • 구름조금인천 18.0℃
  • 맑음원주 21.5℃
  • 맑음수원 18.5℃
  • 맑음청주 21.7℃
  • 맑음대전 19.7℃
  • 맑음포항 16.6℃
  • 맑음대구 21.1℃
  • 맑음전주 19.5℃
  • 맑음울산 17.6℃
  • 맑음창원 19.2℃
  • 맑음광주 20.9℃
  • 맑음부산 18.7℃
  • 맑음순천 16.3℃
  • 맑음홍성(예) 18.9℃
  • 맑음제주 19.9℃
  • 맑음김해시 19.0℃
  • 맑음구미 22.7℃
기상청 제공
메뉴

(부산일보) [단독] 고등어도 ‘탈부산’… ‘텅 빈’ 공동어시장 현실화되나

국내 고등어 80% 유통 대형선망
장흥군수협과 물량 공급 MOU
공동어시장 위판 비중 ‘절대적’
선단 이동 땐 지역 수산업 치명타
“어가 보장 위판시스템 구축돼야”

 

국내 고등어 80%를 유통하는 대형선망수협(이하 대형선망) 선단이 부산 탈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선망수협이 전남 장흥군 어시장에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어서 전국 최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향후 부산지역 수산업계 전반에도 비상이 걸렸다.

 

25일 전남 장흥군수협, 대형선망, 수산업계 등에 따르면 장흥군수협은 지난 24일 대형선망수협과 선단 유치와 관련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장흥군은 예산 139억 원을 들여 고등어 선단을 유치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선단을 가지고 있는 대형선망업계가 다른 지역 어시장 측과 실질적 선단유치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업계에서는 고등어의 ‘탈부산’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근해 수산물 유통의 30%, 전국 고등어 위판량의 80%를 차지하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선망이 부산을 떠나면 지역 수산업계는 거의 붕괴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당장은 협약 수준이어서 많은 선단이 옮겨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내년 6월 장흥군 선단 유치사업이 마무리되고 위판장이 갖춰지면 어느 정도의 선단이 옮겨갈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대형선망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차지하는 위판 비중은 90% 수준이다. 사실상 대형선망이 부산공동어시장을 이끌고 있는 셈인데, 다른 지역 어시장에 위판 물량이 넘어간다면 부산은 공동어시장뿐만 아니라 수산업계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부산공동어시장이 어가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위판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한 탓이 크다. 현재 어시장의 생선 선별은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데, 인력부족과 고령화 등으로 선망이 잡아온 생선을 제때 풀지 못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어시장 측은 중도매인들의 위판 참여문제, 항운노조와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대형선망의 부산 탈출을 가속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장흥군은 대형선망의 주요 어획 구역인 제주도 등지와도 가까워 어가도 높게 유지되고 유류비도 아낄 수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지분 20%를 가지고 있는 대형선망수협도 도의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어시장의 주주 중 한 축인 대형선망이 부산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대형선망 등 수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척의 배가 한 팀인 대형선망의 특성상 최근 유류비 폭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상자 전환 비용과 선체 노후화로 생산성 악화 등의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산업이 부산 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개인 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자체의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고 밝혔다.

 

박극제 어시장 대표는 “위판사업은 중도매인, 항운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어 대형선망의 탈부산화를 어시장 혼자만으로 막기 어렵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위판장 개선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