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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일상의 밀집, 공포가 되다·(上)] 이태원처럼… 안전대책 안 보인 '경기도 핫플레이스'

 

핼러윈을 앞둔 지난 주말,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나선 20대 청년을 비롯해 150명 이상의 시민들이 인파에 짓눌려 압사로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참사가 난 곳은 서울시 이태원동. 잦은 문화축제와 맛집, 지명을 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으로 익히 알려진 이태원은 누군가에겐 매일 출근길로, 누군가에겐 특별한 기념일에 놀러 가는 추억의 장소로 기억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우리는 일상과 맞닿아있는 장소들이 이제는 '공포지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수천 수만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소들은 더이상 '핫플'이 아닌 '비극'의 현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잠재돼 있는 것이다.

경인일보는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경기도내에서 '밀집'할 수 있는 공간들을 긴급 점검하고 안전성과 개선점 등에 대해 살펴본다.

참사가 발생한 지점인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쪽 골목은 폭 3.2m로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너비다. 사고 당일인 29일 하루 동안 이태원역에서 하차한 승객은 8만1천573명으로, 현장 인근을 방문한 시민이 10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좁은 길목 많아 사고위험성 높아
한달 100만명 방문 '수원 행궁동'

 

'땅이 넓은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밀집이 덜할 것이다'라는 통념과 달리 도내 '핫플레이스'들도 길목이 좁아 사고 위험성이 높은 반면 지자체의 안전 대응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 장소이자 행리단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수원시 행궁동과 계절마다 열리는 지역 행사와 맛집들로 방문이 잦은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가 대표적이다.

수원시 행궁동 일대는 지난 9월 가을축제가 열려 한 달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그중 축제 규모가 가장 큰 수원화성문화제와 수원미디어아트쇼가 열린 지난달 8~9일 주말은 시민 10만명 가까이가 이곳을 찾을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이 기간 동안 다행히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행사 규모와 모인 인파에 비해 지자체의 인력 투입이 충분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태원 사고 당시와 비슷한 수준(137명)의 경찰 인력인 100명을 수원시가 하루 평균 배치했고, 안전요원이 150명씩 투입됐지만, 대다수가 공무원이 아닌 자원봉사자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보정동 카페거리의 경우 지난달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23일부터 핼러윈 축제가 진행돼 매일 수천명 이상이 모이고 있었지만, 지자체가 아닌 지역 상인회 주최로 열리다 보니 뚜렷하게 수립된 안전대책과 인력배치는 없었다.

더군다나 카페거리 일대 길목들은 상점들이 증축한 야외 테라스와 입간판 등으로 사람이 조금만 몰려도 통행이 어려웠고, 거리 사이사이로 차들이 지나다녀 접촉사고 위험도 컸다.

안전요원 대다수 봉사자로 구성
보정동 핼러윈 축제 인력배치 無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카페거리를 찾은 김성민(26)씨는 "카페거리도 맛집을 찾거나 핼러윈 장식들을 구경하기 위해 서울 못지 않게 사람들이 몰려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며 "오후 늦게부터 사람과 차량이 뒤엉키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태원 참사 상황이 떠올라 급히 거리를 벗어나 큰길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수원시 인계동과 안양시 안양일번가, 안산 중앙동 로데오거리 등 술집과 클럽이 밀집한 도내 최대 번화가도 핼러윈과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마다 사람이 몰리고 있지만, 지자체가 특별한 축제를 개최하지 않으면 안전 인력이 배치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축제를 개최하면 안전관리를 위해 재원이나 인력을 비교적 과감히 투입할 수 있지만, 사람이 아무리 몰리는 장소더라도 민간이 주최하거나 뚜렷한 주최자가 없으면 경찰과 행정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