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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일상의 밀집, 공포가 되다·(中)] 고삐 풀린 '대중교통 과밀규제'… 해외서는 "위험 수준"

 

 

출입문을 닫기도 힘들 정도로 가득 찬 '만석' 버스를 이제 피하게 됐어요.
어제는 일부러 출발지까지 걸어가 빈 버스를 탔네요.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에 거주하는 신현수(22)씨는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 1일 오전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평소보다 20분 이른 오전 7시에 집을 나섰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녀 인근 지하철역인 수색역까지 가기 위해선 집 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 075A번을 타야 한다. 출근시간과 겹쳐 항상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버스로 몸을 욱여넣는 게 익숙한 신씨였지만, 지난 주말 이태원 참사의 '압사' 공포가 떠올라 버스 출발지이자 종점인 은평차고지까지 20여분 걸어가 버스를 탔다.

"압사까진 상상하지 못했지만, 숨막히고 움직이기 힘들어요. 11월인데도 땀이 날 정도니까요. 버스 앞뒤 문밖까지 사람이 밀려나 기사님이 더 서로 붙어달라고 소리를 질러야 문을 닫고 출발할 수 있는데, 이제 과연 안심하고 탈 수 있을까요."  

 

차량 입석허용 기준, 1㎡당 7~8명
"6명 이상일땐 신체 여러곳 압박"


신씨처럼 매일 만석 버스와 '지옥철'에 몸을 맡겨 통근·통학하는 도민들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과밀 대중교통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현재 버스 과밀을 제한하는 규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으로 느슨하며 전동차 과밀 규제는 부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령인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은 1인당 입석 면적을 0.14㎡ 이상으로, 1㎡당 7~8명이 입석해도 괜찮다고 규정했다. 8~10m 중형버스로 통상 22석의 좌석이 배치된 도내 시내·마을버스는 좌석 제외 버스 내 면적이 3.6~4㎡라 최대 50~60명까지 탈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과밀문화 연구가 활발한 해외에선 전문가들이 일제히 해당 기준이 '압사 수준으로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키이스 스틸 영국 서퍽대 방문교수(군중안전 전문가)는 "군중 밀도가 1㎡당 4~5명을 초과하면 혼란상태가 빠르게 축적된다"는 보고서를 2012년에 발표했으며, 메흐디 무사이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군중행동연구원)은 "1㎡당 6명 이상의 밀집도가 되면 양어깨나 신체 여러 곳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고 있을 정도로 압박되는 수준"이라고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지적했다.

김포골드라인, 혼잡률 270% 달해
통근·통학 많은 도민, 불안감 표출
"안전요원도 부족 경각심 가져야"


지하철의 경우에도 표준 탑승 인원은 '160명'(좌석에 모두 앉고, 통로에 3열씩 입석한 상태)으로 정해져 있지만, 탑승을 막을 정도의 고밀도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다.

인파가 몰리는 9호선과 1호선 등은 출퇴근 시간 최대 230%(368명), 과밀이 도내에서 가장 심한 김포골드라인은 270%(432명) 혼잡률을 보였으며 버스와 마찬가지로 '1㎡당 5명'의 기준을 훌쩍 넘긴 수치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해외 논문과 전문가들 말처럼 1㎡당 6명의 과밀 기준을 넘어가면 호흡 곤란 등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며 "지하철은 역무원과 사회복무요원, 버스는 기사에만 의존하는 등 안전요원도 부족해 대중교통 안전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