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희생한 제주 출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유해가 안장된 국립제주호국원이 여전히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보훈·선양 사업과 추모 공간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본지는 2차례에 걸쳐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상) 문화재 보호구역에 묶인 국립제주호국원

독립유공자와 호국영령, 참전 유공자,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아우르는 전국 최초 통합형 국립묘지인 국립제주호국원이 세계자연유산지구 및 문화재 보호구역에 묶이면서 추모 공원으로 거듭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권 국립묘지 조성은 2009년 국책 사업으로 추진됐으며, 2021년 12월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에 국립제주호국원이 들어섰다.

제주도와 국가보훈처는 환경부 등과 협의를 거쳐 2011년 사업 부지 27만4033㎡에 대해 한라산 절대보전지역과 국립공원 자연환경지구에서 각각 제외시켰다.

그런데 제주호국원 전체 부지는 지금도 문화재보호법을 적용받는 세계자연유산 완충구역에 포함됐다.

또한 선사시대 주거지로 추정되는 동굴(바위그늘유적)과 조선시대 국영 목마장 경계 돌담인 상잣성 일부 구간이 확인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이로 인해 보훈·선양을 위한 공간 확보와 참배객과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식당·매점·꽃집 등 편의시설 확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 보훈단체는 제주호국원에 백마고지 영웅 강승우 중위를 비롯해 6·25전쟁에서 전세를 바꾼 제주 해병 3·4기, 제주4·3 당시 200명이 넘는 양민을 살려낸 문형순 경찰서장 등을 추모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대언 베트남참전현충회 유족회장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제주 출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한 국립제주호국원이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됐는데 여전히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남아 있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후대를 위한 교육의 장과 도민들이 찾는 추모 공원으로 거듭나려면 세계자연유산지구에서도 제척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대표적인 규제사항인 문화재 보호지역(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불필요하게 지정된 곳은 범위를 축소하기로 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제주호국원이 문화재 보호구역에 묶여있지만, 보훈·선양을 위한 공익사업은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심의와 문화재 현상변경 등 절차를 밟으면 진행할 수 있다”며 “다만 세계자연유산 지구 해제는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본부 승인 등 절차와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국립묘지는 현충원 2곳(서울·대전), 호국원 6곳(제주·영천·임실·이천·산청·괴산), 민주묘지 3곳, 대구 신암선열공원 등 12곳이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제주호국원이 유일하다.

제주호국원은 개장 1년 만에 5000기를 수용할 수 있는 봉안묘역에 현재 1560기(31%)가 안장됐다. 지난해 참배객을 포함한 방문객은 4만214명으로 월 평균 3351명이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