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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르포] 산사태로 마을 절반 날아간 예천 백석리 마을…"파도 같은 흙더미가 갑자기 집을 다 덮쳐"

효자면 전체가 아수라장…산사태 난 백석리 마을은 전쟁터
"평생 마을에 살았는데 산사태는 생각도 못 했다"

 

"전쟁난 줄 알고 나갔더니 집들이 다 쓸려가고 없었어요"

 

16일 오전 7시 경북 예천 효자면. 지난 13일과 14일 경북에서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효자면에서는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면 전체가 아수라장이었다. 도로는 산에서 쓸려 내려온 진흙으로 온통 뒤덮혀 있었고, 산 비탈은 쓰러진 나무들로 가득했다.

 

전날 오전 5시 16분쯤 발생한 산사태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백석리 마을은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마을로 향하는 길부터 토사로 가로 막혀 차가 지나지 못했고, 인근 경로당에 차를 세우고 15분 정도를 걸어서 들어가야만 했다. 진창이 된 길은 종아리까지 오는 장화를 신어도 흙탕물이 들어갈 정도로 험난했다.

 

걸어서 겨우 닿은 마을의 모습은 처참했다. 산사태로 인해 전체 13가구 중 5가구가 매몰되면서 이전 마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토사에 휩쓸려 무너진 집들은 진흙과 나무 잔해, 암석 등에 뒤덮혀 있었다. 종잇장처럼 구겨진 지붕과 뼈대만 남은 잔해들이 진창 위로 솟아나 겨우 집이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곳 마을 한 주민은 "60, 70년 평생을 마을에 살면서 산사태는 꿈에도 생각 못했고 사고 당일에는 지진인줄 알고 놀라 밖으로 나갔더니 파도 같은 흙더미가 갑자기 집들을 덮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구조 대원들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진창을 헤집고 다니며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얼굴을 가까이 대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사고 직후 구조된 이재학(66) 씨는 "흙더미가 문을 틀어막고 있어 나가지를 못했다"며 "밖에 상황도 알 수 없고 두려운 상황에 구조대가 때마침 도착해 창문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전날엔 말도 못 할 정도로 마을이 처참했다. 차가 못 들어와서 구조 대원들이 직접 나무 잔해랑 바위를 손으로 치우고 마을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예천군 효자면은 지난 13일부터14일까지 경북 지역 최대 강수량인 171.5㎜를 기록했다.

 

예천군에서는 용문면, 은풍면, 감천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이날 오전 6시 30분 기준 사망자 7명, 실종자 9명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