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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인터뷰] 4년만에 개인전 연 서양화가 최정숙

"칠하고 또 칠하다가… '멈춤' 터득해야 진짜 작가"

 

어떤 그림을 그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림을 시작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작품이 완성되는 시점을 정해 언제 그림의 끝을 맺느냐는 시작보다 더 중요하다.

너무 일찍 붓을 내려놓으면 엉성한 화면의 그림이 될 것이 분명하고, 과감하게 붓을 내려놓지 못하고 망설이며 캔버스 이곳저곳을 불필요하게 매만지다 보면 과한 느낌을 주는 어색한 작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언제 손을 떼느냐. '정확한 멈춤'의 시간을 알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기 검증의 시간이 필요해요. 멈춤의 시간을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비로소 '진짜 작가'가 되는 시점이 아닐까요."

서양화가 최정숙은 '작품의 완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6일 최정숙의 개인전 '아남네시스-하늬바람이분다. 별이 내린다'가 열리고 있는 인천 도든아트하우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전시는 인천에서 4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전시는 21일까지 이어진다.

인천도든아트하우스서 21일까지
백령도 사계 등 연작 20여점 전시

 

 

 최정숙은 이번 전시에서 '백령도' 연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 하늬해변과 그곳의 사계, 낮과 밤, 돌, 쏟아지는 별들이 그의 캔버스에 소환했다. 그의 작품은 두껍다. 그 두께는 그가 작품을 '오래도록 가지고 노는' 작업 방식에 기인한다.

"칠하고 또 칠해요. 기분이 바뀌면 또다시 그리고, 두고두고 작품을 가지고 논다고 해야 할까요. 내가 이걸 그려 넣어야겠다 싶어 그려 넣고서는 한참을 지켜봐요. 맛있는 음식을 그릇에 넣어두고 숙성하듯이 뚜껑을 열어보고 맛을 보고는 아직 덜 됐다 싶으면 다시 닫고요."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짧게는 1~2년, 그 이상 걸리는 작품도 많다고 한다. 10여 작품을 동시에 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림에서 지나친 '욕심'이 보이면, 애써 그린 그림이라도 과감하게 덧칠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가려지는 '그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값비싼 최고급 물감으로 덮어준다고 한다.

그에게 색을 만드는 일은 의식(儀式)과도 같다. 물감을 섞기 전에 주변을 정돈하고 경건한 마음을 갖고 조심스럽게 주걱으로 물감을 덜어낸다. 제주(祭主)가 조상신을 기다리는 마음이나, 연금술사가 원소를 배합하는 마음, 혹은 무당이 접신을 기다릴 때와 비슷할 것 같다는 것이 작가의 표현이다. 그렇게 마음을 담아 색을 입히기를 반복한다.

최정숙이 그린 백령도 연작이 갖는 두께는 단순히 물감이 쌓인 것일 뿐 아니라 작가의 이러한 마음이 담겨있다. 그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백령도 진촌리 하늬해변 현무암이 10억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형성된 퇴적층이라는 점이 최정숙의 작업과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요? 몸이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몸에 체화된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붓을 놔야 해요. 물론 과욕을 부려 푸닥거리하는 작품이 돼버리기도 하죠. 그 경험을 터득하기 위해 계속 그립니다."

최정숙은 '명품'이라 불릴 수 있는 훌륭한 작품 서너 점을 남기는 것이 자신의 소망이라고 했다.

"전 유명 작가가 아닙니다. 그 시점이 언제 올지도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작업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견디지 못하게끔, 끊임없이 그 길을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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