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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화폭에 드리워진 물결…인간은 물 앞에 어떤 존재일까

김25 작가 ‘조우하다 방주’전
27일까지 동구 은암미술관
‘노아의 방주’ 등 대작만 25점

 

 ‘극한호우’를 그대로 화폭에 옮겨온 듯하다. 요즘의 장마가 겹쳐져 ‘불편’하다. 화폭에 드리워진 질풍노도의 물결은 현실의 물난리를 환기한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의 종착지는 결국 바다일 것인데 ‘눈앞의 바다’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물의 역사라 해도 무방할 만큼 물은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물 앞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그림을 바라보며 한동안 생각하게 된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는 없어 보인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별할 수 없다. 그 구별할 수 없음이 바다를 장엄하고 신비롭게 보이게 한다.
 

 

김25 작가의 ‘조우하다 방주(方舟)’전. 동구 은암미술관 기획초대전(27일까지)에서 만난 작가는 “물은 소통의 매개체이자 근원적 어휘”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다를 좋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작가는 최근 몇 년간 ‘바다’시리즈에 천착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신작을 대거 선보이는 한편 트레이드 마크인 ‘바다’를 전면적으로 소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작만 25점에 이른다. 그림들은 시적인 감흥과 문학적인 서사, 추상적인 이미지가 직조돼 있다.

특히 ‘노아의 방주’라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성경에는 노아의 홍수가 40일에 걸쳐 이어졌고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늘과 맞닿은 수면에 용광로가 끓는 듯 물결이 휘몰아치고, 바다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요동을 한다. 붉그락 푸르락 거센 물결이 화폭 밖으로 튀어나와 집어삼킬 기세다. 추상과 재현의 경계를 넘나드는 심연의 바다는 보는 이에게 물난리의 두려움을 상기시킨다. 인간의 유한함과 무력함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고전적인 의미일 것이다.
 

김허경 평론가(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김25는 자신의 감정을 주관적인 독백형식으로 묘사했던 서정적인 텍스트에 머물지 않고 카오스의 바다 위, 문학적 서사를 탐험하고 있다”고 평한다.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방주’란 어떤 의미가 있으며 물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성경에는 하늘이 준 형벌, 다시 말해 심판의 메시지로 홍수를 허락한 측면이 있다”면서 “동시대적인 관점에서 구원과 방주를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아의 방주’ 외에도 ‘오디세이아’를 모티브로 풀어낸 작품도 있다.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10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 ‘오디세이아’다. 김 작가는 문학 작품의 서사에 담긴 바다를 인간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바라본다.

이밖에 전시실에는 용오름 시리즈의 작품도 다수 만날 수 있다.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는 용오름 현상을 포착해 일필휘지로 그린 듯한 작품은 상서로운 기운마저 감돈다.

이종은 은암미술관 학예연구원은 “바다 시리즈를 통한 텍스트가 투영된 세계에 이어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을 보여주고 있다”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로의 초대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에 대한 확실성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용서와 구원에 대한 기대를 가져본다”고 평한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나온 김 작가는 199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광주, 서울, 오사카, 도쿄 등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멕시코 시티, 토론토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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