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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현장르포] 인현동 화재 참변 위령비서 24주기 추모식

여러 차례 막을 수 있었던 사고에
아이들을 향해 쏟아진 비난까지
'인현동 참사'와 '이태원 참사'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인현동 참사로 아들 오상윤(당시 17세)군을 잃은 오덕수(67)씨는 30일 오전 인천 중구 학생교육문화회관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 위령비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씨는 "세월이 흐르면 기억이 잊혀야 하는데 내 아이의 모습은 더욱 또렷해지니 그때 이후로 시간이 멈춘 듯하다"며 "누구 하나 명확히 책임지지 않은 채 희생자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은 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한 호프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57명의 학생이 숨진 인현동 참사가 발생한 지 24년째 되는 날이다. 유족들은 추모식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헌화하고 자식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을 바라보며 흐느꼈다. 참사 위령비 양쪽에는 '아빠' '엄마'가 적힌 근조 화환이 놓였다.

 

비행청소년 낙인… 부모에 책임 묻기도
행정기관·업주 잘못 등 뒷전으로 '판박이'

 

유족회, 진상규명·대책 촉구 아직도 활동
"우리 아이들 안전한 세상 만들기 위해"


인현동 참사는 올해 1주기가 된 이태원 참사와 판박이라 할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인현동 참사는 사고가 발생한 호프집의 불법 영업을 눈감아준 행정기관과 돈을 받기 위해 출입문을 닫아버린 업주의 잘못이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당시 사회는 학생들을 술을 마신 비행 청소년으로 낙인찍으면서 오히려 희생자, 부모를 향해 사고 책임을 물었다. 이태원 참사 역시 핼러윈을 즐기러 갔다가 참변을 당한 희생자 159명에게 쏟아진 조롱과 혐오 탓에 사고를 키운 불법 건축물, 안전 대책 미흡 등 여러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희생자가 추모의 대상이 아닌,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리면서 참사를 막기 위한 원인 진단, 대책 마련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희생자 부모들로 구성된 유족회는 여전히 당시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안전사고 재발 대책을 촉구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다"고 만류해도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자신들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이재원(71) 인현동 화재 참사 학생희생자 유족회장은 "인현동 참사에 이어 이태원 참사 등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인현동 참사가 벌어진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희생자 명예 회복 등 많은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추모식은 과거 위령비와 명판만 있었던 곳을 추모 공간으로 새로 단장한 뒤 열렸다. 추모 공간 인근에 인현동 참사 기록을 보관한 '1999 인현동 기억저장소'도 마련됐다. 추모식은 묵념, 추도사, 추모시 낭송, 헌화, 추모 연주 등으로 진행됐다. 유족, 인천시교육청 관계자, 희생자 학교장,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세월호 참사' 유족 등이 포함된 4·16재단 관계자,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추도사에서 "(인현동 참사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시민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너무 빨리 별이 된 아이들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