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견 타이어 유통기업 회장이 대표로 있는 부동산 법인이 오산시 세교 택지개발지구 내 토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분양 방식으로 매입한 뒤 불법으로 전매해 93억 가까이 시세차익을 본 정황이 드러났다.
관련 법상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질 때까지 매매 등 전매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LH는 분양 공고문에 이 같은 내용을 공지했음에도 불법적으로 매매 행위가 이뤄진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공공토지 개발 관리에 구멍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LH 등에 따르면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이 대표로 있는 A부동산 법인은 지난 2019년 11월 오산 세교동 택지개발지구 내 지원시설용지(1만143.7㎡)를 LH로부터 추첨분양 방식으로 136억9천여만원에 공급받았다. 이후 A법인은 2021년 12월 B업체에 공급 부지를 230억원에 넘기는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2년여 만에 93억원가량 시세차익을 챙긴 셈이다.
문제는 A법인이 LH에 매매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즉 소유권이전 등기 시점 전에 전매가 이뤄진 불법 거래란 점이다. 현행 택지개발촉진법 제19조 등은 소유권이전등기 전 공급계약을 체결한 택지의 전매(매매, 명의변경 등)를 금지하도록 규정한다. 만일 이 같은 내용을 위반할 경우 전매 행위는 무효가 되며, 택지개발사업 시행자(LH)는 이미 체결된 택지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LH는 2019년 해당 부지 공급 공고에 이와 같은 규제사항을 담았을 뿐, A법인의 불법 전매 행위를 파악조차 하지 못해 공공택지 분양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등기 이전 전에 중개업소까지 낀 상태로 불법 전매가 이뤄진 사실을 LH가 몰랐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방기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불법 행위에 손을 놓는다면 오히려 시장가격 교란 행위를 도운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LH는 현재 해당 부지의 소유권등기가 이전된 상태이기 때문에 환매 등 별도의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소유권 등기 전에 (전매) 계약 사실을 파악했다면 법에 따라 등기를 공사(LH)에서 환수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선 할 수 없다"며 "(소유권등기이전 전) 공사의 모든 분양 필지의 계약 상황을 알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경인일보는 A법인 측에 전매가 이뤄진 경위 등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