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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파멸(破滅)… 우리 스스로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3)]

산줄기와 함께 잘려나간 한북정맥 보전 가치

산행길 진입로 군사지역 막히고
등산로에 대단지 주택과 골프장
백두대간과 함께 생태코스 주목
개발로 인해 통째로 사라져 허망
기본 보호책도 없이 상징성 외면

'호랑이가 스스로 허리를 끊었다'.

지난 1일 군포시 한 사무실에서 만난 오병철(64)씨는 '한북정맥 종주'를 진행하며 "답답한 기분이 못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북정맥을 이미 경험한 지인들로부터 등산로가 끊겨 있거나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고 들은 바 있었지만, 직접 경험한 산행길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그는 백두대간 종주(전 구간 산행)를 마치고 수피령(화천)에서 장명산(파주)에 이르는 한북정맥 종주를 이번달 말을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다.

오씨를 처음 만난 건 그로부터 며칠 전 한북정맥 종주 코스 중 하나인 포천의 국사봉 자락에서였다. 인적이 드문 평일 산행길에서 그는 우연히 만난 취재진과 몇가지 얘기를 나누고 "종주를 진행하고 있으니 따로 약속을 잡자"면서 "등산길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조심하셔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만난 그는 뒤늦게 알게된 9개 정맥(남한 지역) 종주를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삼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북정맥 산행 경험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산행길 중 진입로가 군사지역에 막혀 있고, 등산로가 안내됐던 경로에 대단지 주택과 골프장이 들어서 있어 느닷없이 도심길을 걸었던 기억을 되짚었다. "백두대간과 함께 생태코스로 남은 한북정맥을 넘고 있지만, 생활과 문화의 토대가 된 산줄기들이 개발로 인해 통째로 사라진 것을 눈으로 보니 허망한 기분도 남습니다."

물론 이런 아쉬움이 지금의 정맥 능선의 가치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한다. 그는 남은 종주를 충분히 즐길 마음이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일제가 쇠말뚝으로 한반도의 맥을 끊으려 했다는 이 설화적 문구는 그 진위와 별개로 땅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의 공감대를 자주 건드렸다. 이는 실제 국가적인 노력으로도 이어졌다. 조선후기 '산경표'로 정리된 고유 산맥체계를 복원하고자 20년 전 백두대간 등을 보호하는 법체계가 마련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맥은 늘 예외였다. 백두대간에서 뻗은 정맥들 위에는 대규모 신도시와 산업단지, 골프장 등 상업시설 등이 '쇠말뚝'처럼 내리꽂혔다.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경험하기 위한 최소한의 등산·산책로도 끊기거나 방치된 곳이 부지기수다.

오씨처럼 한북정맥의 생태적 가치를 인식하고 경험한 이들은 끊긴 산지의 연결과 등산로 정비 등 최소한의 보전 움직임을 당국이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발로 인한 훼손 문제가 크지만, 한북정맥이 수도권을 가로지르는 데다 군사시설로 인해 역설적으로 환경파괴를 비껴간 지역이 많은 만큼 보전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한북정맥이 생물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경기도에서 서울로 향하는 '신경'과 같은 산줄기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크고 보전 가치가 높다"며 "자료 조사만 계속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등산로 정비와 광역생태축을 보호하자는 홍보 방안부터 정맥 중심의 산림 보호 가이드라인과 같은 기본적인 보호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