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정치력 부족 등에 따른 잇단 패싱으로 쇠락의 길에 빠진 서대전역.
최근 서대전역의 활성화 여부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철도 기관들이 서대전역 열차 증차를 위해 호남선 고속화 사업과 역 인근 교통체증 해소를 요구하면서다.
충청권·호남권 지역민들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대전시는 물론, 지역 정치권과의 결집으로 서대전역의 열차 증편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코레일 대전 본사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철도 기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서대전역 열차 증편 문제가 언급됐다.
박용갑(대전 중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의 인구 분포를 보면 서대전역이 위치한 서남부권에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둔산권역도 열차 운행 횟수가 적어서 그렇지 실질적으론 대전역보다 서대전역이 편하다"며 "2028년 평택-오송 복선화 사업이 완성되기 전까지라도 운행 횟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객관적으로 말하면 모든 곳에서 열차 증편을 얘기하는데, 평택-오송 2복선화 사업이 완료돼야 열차를 늘릴 수 있다"라면서도 "서대전역은 중요한 역인데, (열차에서) 내리고 나서의 교통체증이 말도 안 되게 불편하다. 미리 개선하면 열차 운행을 늘리는 데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또 이종국 SR 대표이사도 "직선화 개량 사업 및 2복선화 등이 완료되고 차량이 2027년부터 도입되면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철도 기관들이 서대전역 증차에 대한 답변과 요구 사항을 언급하며 일부 긍정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문제는 서대전역 증차를 위한 각종 사업들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시와 국토부는 굴곡이 심한 가수원역-논산역 구간 29.2㎞를 직선화하는 호남선 고속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도 직선화로 열차의 통행 시간을 단축, 열차 증차 당위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호남선 고속화사업의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올 연말까지 연장됐고, 준공 시점도 2027년에서 2032년으로 늘어나면서 안갯속에 빠졌다.
코레일이 요구한 교통체증 해소도 마찬가지다. 서대전역 인근은 왕복 4차로의 좁은 차선과 대형마트 이용객 등으로 교통체증이 심각하지만, 시의 이렇다 할 교통 대책은 없다.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노선을 신설하거나, 코레일과 함께 자전거주차장을 만들었던 게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와 지역 정치권, 국토부 등이 관련 사업들을 조속히 추진, 서대전역 활성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대전역은 KTX와 SRT 등의 배제로 인해 이용객이 감소, 침체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서대전역은 2015년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해 KTX의 정차 횟수가 62편에서 13편으로 감축됐다. SRT도 지난해 경전·전라·동해선에 운행을 확대한 반면 서대전역은 배제됐다. 일반선 곡선 구간으로 인해 운행 시간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대전-호남 간 단절로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호남권 지역민들의 통행 불편이 커졌으며, 역 주변 상권 쇠퇴로 대전 원도심 침체도 가속화됐다. 지역균형발전과 서대전역 활성화 등 열차 경유를 위해선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호남선 고속화사업 완료 시 서대전역에 열차를 경유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된다"며 "다만 교통 대책은 서대전역 증차가 이뤄진 이후에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