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의 ‘30년 숙원 사업’인 전남 국립의대 설립이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정부가 약속했던 국립 의대 설립이 목포·순천대의 통합에도 불구, 의·정 갈등과 비상계엄·탄핵으로 이어지면서 추진 동력을 사실상 상실, 차기 정부 공약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4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남 국립의대는 오는 2027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 서열 1·2위인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의견 수렴을 거쳐 신청하면 검토해 추진하겠다’며 정책적 판단을 내려준 데 따라 목포·순천대 통합까지 일궈내며 후속 절차를 밟아왔지만 지속된 의·정 갈등과 대통령 탄핵 사태 때문에 올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국립 의대’ 설립은 대통령이 지난해 전남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시화됐다.
인구 180만명의 전남도는 세종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으로,전북(인구 175만명)에 2개, 충북(159만명)에 2개, 강원도(152만명)에도 4개가 있는 의대가 전남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이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이어져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1.74명으로, 전국 평균인 2.18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 때문에 목포대가 지난 1990년 의대 신설 건의문을 정부에 보낸 이후 전남이 30년 넘게 줄기차게 요구해온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진보·보수 어느 정부에서도 현실화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전남도청에서 ‘미래 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 “국립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을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후 관련 절차를 밟아나가면서 학령인구 감소 등을 고려한 정부의 1도(道) 1 국립대 정책에 부합해 목포·순천대의 ‘대학 통합 및 통합 의대 추진’이라는 합의를 이끌어냈고 공공 의료 강화를 위한 전남 국립 의대 설립 방침을 ‘의료개혁 논의 테이블’에 상정할 것, ‘2026학년도 통합 의대 개교를 위한 정원 배정’ 등 전남 의료복지 확충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특히 전남도청 이전과 맞물려 ‘동부권 홀대론’을 잠재우기 위한 동부지역본부 확충, 순천·목포로 나눠 펼쳐졌던 ‘약대 유치’ 경쟁, 여수박람회를 계기로 이뤄진 SOC 확충,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서남권 SOC 신(新) 프로젝트’ 등 주요 정책마다 끊이질 않았던 동·서부권으로 나뉜 지역 간 갈등을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통합 의대 설립에 대한 지역민들 공감대도 컸다.
전남도는 그러나 교육부가 최근 의대생들의 ‘정상복귀’를 전제로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키로 하면서 내년 개교는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주호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도 최근 김 지사와의 만남에서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정부 차원의 공약으로 공감하면서도 의대교육 정상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의대 신설 문제에 대해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도는 이에따라 오는 6월 치러질 조기 대선 정국에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워 추진해줄 것을 각 정당에 요청할 계획이다. 전남도와 목포대·순천대, 의료계 등으로 의대설립 공동준비위원회를 꾸려 정부와 의료계를 설득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최근 확정한 대선공약 건의과제 75건 중 핵심과제 20건 중 첫 머리에 목포·순천 통합 의대신설과 상급종합병원 건립을 꼽았다.
공동준비위원장으로 양 대학 대외협력부총장이 맡고 전남도 인재육성교육국장과 대학 기획처장, 의료기관장 등 20명 안팎으로 위원이 구성될 예정이다.
김영록 지사는 이날 “2027년부터는 의대 정원 결정권을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갖는 만큼, 의과대학이 없는 열악한 현실이 반영되면 전남 국립의대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지역과 함께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