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통 큰 기사-아라뱃길 새길찾기 대작전·(1)]빗나간 물길, 예견된 실패
저는 2012년에 태어나 올해 아홉 살이 된 경인아라뱃길입니다. 저는 한강에서 서해로 이르는 18㎞ 길이의 인공수로입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저를 놓고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싸웠습니다. 물류혁명과 레저의 명소 등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큰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환경을 파괴하고 천문학적인 돈만 써댈 것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 우여곡절 끝에 저는 결국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태어나서 화물을 실은 배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관광객을 태운 배도 자주 못 봤습니다. 뱃길이라고 하지만 배가 다니지 않는 수로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뒤늦게 생긴 별명이 많습니다. 누구는 '3조짜리 자전거길'이라 불러주고, 또 누구는 '배가 뜨지 않는 뱃길'이라고 불러줍니다. 저를 가리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며 '실패한 사업'이라고 정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벌써 아홉 살이 되어서일까요. 그런 비난들에 익숙해졌습니다. 현재의 질책이 저보다는 저를 낳아준 이들을 향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분들은 저
- 경인일보 기획취재팀
- 2020-11-23 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