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강원의 맛·지역의 멋]분단 한탄하듯, 한탄강에 흐르는 봄
지난달 28일 철원 민통초소로 향하는 고석정 주차장 앞, 시동을 걸었던 버스가 멈춰 섰다. 심각한 표정의 안내원들이 전화를 주고받았다. 버스 안 50여명의 얼굴이 어두워질 새도 없이 비보가 떨어졌다. 북한에서 발생한 산불이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철원 평화전망대 인근까지 넘어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관광객들은 툴툴 불평을 해댔지만, 지금 서 있는 땅의 사정을 생각해 보면 딱히 놀라울 것도 없었다. 이곳은 분단 이후 70여년간 소리 없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철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전방의 땅. 1,000년 전에는 승려 출신 태봉의 군주가 넓은 평야를 꿈꾸며 수도 삼고 싶어했다는 곳, 철원.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는 듯한 때에도 이곳에는 아직까지 분단의 현실과 인간이 만들어낸 참상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민통선 이북 농지 출입을 걱정하는 농민들, 국방개혁으로 인구가 빠져나가자 손님이 줄었다며 한탄하는 시장 상인들의 한숨 소리는 사실 한국사회가 함께 짊어졌어야 할 접경지의 아픔이다. 그럼에도 철원은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 중이다. 반복되는 좌절에도 다시 도전하는 주민들은 한탄강 주상절리길 까마득한 절벽에서도
- 박서화·이현정·김현아기자 / 편집=이상목기자
- 2022-05-13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