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락공원에 장기간 방치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194구(부산일보 8월 12일 자 1면 보도)를 국립 추도시설인 ‘망향의 동산’에 안치하는 방안이 정부 주도로 추진된다. 사실상 ‘신원 확인’ 절차만 남은 상태여서 이른 시일 내에 이관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국내에 송환됐는데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던 유골 문제가 40년 만에 해결되는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영락공원에 보관된 유골의 기록과 망향의 동산 이관 방법 등을 확인했다”며 “관리 주체 측의 요청이 오면 망향의 동산 이관을 위한 유골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의 신원 확인을 거쳐, 망향의 동산 측에 안치 신청을 하면 되는 것이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망향의 동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징병 희생자, 재일학도의용군, 사할린 동포 등의 유골을 안치하는 곳이다. 1976년 설치됐다. 영락공원 지하 무연고실에는 1970년대 일본에서 송환된 유골 중 유족을 찾지 못한 194구가 보관돼 있다. 이에 수십 년 전부터 전용 추도시설을 만들어 안치하거나 망향의 동산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정부의 무관심
지난 10일 오전 부산 영락공원 제2영락원. 외부 계단을 통해 지하실로 내려가자 굳게 닫힌 회색 철문의 ‘무연고자 봉안실’이 나왔다. 내부에는 유골함이 보관된 캐비닛이 양쪽으로 줄지어 있고, 한쪽 캐비닛에는 파란색이나 빨간색 스티커가 붙어 있는 함들이 몰려 있다. 바로 태평양전쟁 때 일제에 강제 징용된 희생자의 유골들이다. 모두 194구가 봉안돼 있다. 캐비닛 문에는 고인의 이름(창씨 개명)과 봉안 번호, 봉안 일자가 적혔다. 영락공원에 안치된 강제 징용 희생자의 유골은 1971~1976년 당시 일본에서 반환된 것이다. 1179구가 송환됐는데 유족이 찾아가거나 천안 망향의 동산으로 옮겨져 지금은 194구가 남았다. 그러나 사실상 2005년 70여 구를 끝으로 ‘유족 찾기’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무려 40년 넘게 강제 징용 피해자 유골이 지하 봉안실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영락공원 관계자는 “2020년에 유족이 한 번 찾아간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자손이 없거나 가족이 인계를 안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 유족단체 등은 남아 있는 유골을 국가에서 전용 추도시설을 지어 안치하거나 충남 천안시 망향의 동산 등으로 모
최근 집 천장에서 쿵쿵쿵 소리가 1시간이 넘도록 계속돼 경비실에 알린 적이 있다. 감정싸움이 될까 봐 대면이 아닌 제 3자를 통한다는 것이 결국 ‘악수’가 됐다. 이내 내려와 초인종을 누른 위층 어르신은 “얼굴 보고 얘기하면 될 것을 왜 소문을 내느냐, 요즘엔 이웃 간에 정도 없다”며 큰 소리로 따져 물었다. 하지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어르신은 “내가 괜한 오해를 했다”며 멋쩍게 사과한 뒤 돌아갔다. 세대 갈등은 늘 ‘작은 오해’에서 빚어졌다. 육아·출산을 둘러싼 불화, 직장 선후배 간 임금피크제 갈등, 노인 혐오 등도 결국은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물론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가치관과 생각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다면 간극을 좁힐 여지는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상황을 제대로 대변해 오해를 풀어주는 믿음직한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국민 통합을 외치는 정부와 각 세대의 ‘진짜 현실’을 전하는 언론에 기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언론은 오히려 세대 간 오해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청년특례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상자산 투자자 등 ‘빚투’(빚내서 투자) 손
"우와 66%! 박형준! 박형준!" 1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 5층. 6·1 지방선거에 대한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일제히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얀색 선거운동 점퍼를 입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빨간색 점퍼를 입은 현역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후보는 광역단체장 선거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이 10곳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손을 맞잡고 일어나 환호했다. 이어 박형준 후보의 출구조사 예상 득표율(66.9%)이 화면에 뜨자 ‘박형준’을 연신 외쳤다. 접전지역으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은혜 후보가 오차범위 내 앞선다는 결과가 공개될 때는 ‘김은혜’를 연호하기도 했다. 경북도지사 이철우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79% 득표가 예상되자 여기저기서 “우와” “79%!” 등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반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에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각 후보와 현역 국회의원들은 출구조사 직후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시당에서는 출구조사 발표 10분 전부터 박형준 후보를 비롯해 부산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부산이 보수 우세
6·1 지방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한창 달아올라야 할 부산 선거판이 여전히 썰렁하다. 공천 정국 속 각 정당의 분위기만 뜨거울 뿐, 대선 피로감 등으로 시민의 관심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지방자치 시대가 무색하게 ‘사전투표제 후 최저 투표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부산은 대구, 경북 등과 함게 광역단체장 선거가 유독 흥행하지 않는 지역으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센 곳인데다, 이번엔 3·9대선발 ‘윤풍’까지 더해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를 단정 짓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치열한 경쟁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투표에 대한 효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더욱이 부산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이 오는 12일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어, 뒤늦게 ‘본선 레이스’가 펼쳐진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오거돈 전 시장이 불명예 퇴진 직후 이뤄진 4·7 보궐선거 때보다도 분위기가 안 산다”는 말이 나온다. 26일 앞두고 시민 관심 ‘시들’ 대선 등 잇따른 선거에 피로감 일상회복·휴가 분위기도 영향 서울은 65%가 “투표” 흥행 예고 “지방자치 차원 중요성 환기 시급” 서울의 상황과도 크게 대비된다. 쿠키뉴스·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지난달 30일 여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은 지난 11일 부산일보 이현정(사진) 기자 등 3명을 2022년 해외 장기연수 지원 대상 언론인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언론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년 동안 실시되는 해외연수의 대상자는 서류 전형과 어학테스트 등을 거쳐 선발됐다. 올해는 특히 선발자 수가 3명으로 줄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다음은 연수 선발자 명단. △이현정(부산일보) △오달란(서울신문) △조은정(CBS).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올 3·9 대선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2030’이다. 여야 후보 간 초박빙 구도를 깰 캐스팅보트로 대선판의 주축이 됐다. ‘젊치인’(젊은+정치인) ‘이대남·이대녀’ 등의 단어가 부각되고 이례적으로 청년 공약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 레이스 막바지, 그간 선대위에서 활동해 온 2030도 ‘확 젊어진 대선판’을 크게 실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한 기성 정치인의 입김과 정치계의 수직적 문화에 ‘반짝 현상’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초박빙 구도 속 캐스팅보터 부상 청년 목소리 가장 컸던 선거 실감 진영논리보다 실용·합리성 강조 기성 정치인들의 본격 견제 대비 공천 할당제 등 공정한 기회 요구 ■“당원 아닌 청년도 유세차 올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선대위에 소속된 2030은 3·9 대선은 청년 목소리가 가장 컸던 선거라고 입 모았다. 민주당 부산 2030선대위 고미정(19) 운영팀장은 “2030은 말하고 싶은 것, 요구하는 것도 많고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마음도 크다”면서 “이에 당내 2030만의 선대위가 꾸려졌고, 지선 공천에도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2030 도약의 발판”이라고 말했다. 국힘 선대본 청년본
시대의 화두가 된 지방분권과 자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 소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오는 절박한 외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대학 부활과 자치경찰제의 안착이 필수적이다. 지역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로 존립 위기에 내몰렸다. 야심차게 도입한 자치경찰제는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민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산일보〉 서면 질의에서 주요 4당 대선후보는 각양각색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특히 다른 후보에 비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대학위기가 곧 지역 소멸’에 모두 동의 이재명, 지역인재 육성에 초점 맞춰 윤석열, 지역대학과 교육부 일부 분리 안철수 “양질 일자리 우선 만들어야” 심상정,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제시 자치경찰제 문제 원론적 대안에 그쳐 이, 자치경찰과 국가경찰 분리 강조 윤 “중복 사무 방지 시스템 정비해야” 안 “취지 맞게 운영되도록 적극 지원” 심, 인권전문가 포함 의무화 등 제시 ■대학 위기 공감… “통 큰 개혁” 주요 대선후보는 지역대학 위기가 곧 지역 청년 유출→지역 소멸로 악순환된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다.
‘심장’ ‘본거지’ ‘텃밭’ ‘불모지’. 대선 때마다 등장하던 단골 ‘지역주의’ 용어들이다. 그러나 올해 3·9 대선에서는 이 같은 단어들이 퇴색하고 있다. 선거가 19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전통적 지지 지역의 민심이 과거처럼 쏠리지 않는 모습이다. 영남은 보수, 호남은 진보라는 지역구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구시대 정치 산물인 지역주의를 본격적으로 해소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기대한다. 3·9 대선 ‘지역 구도’ 균열 조짐 이재명 호남·윤석열 영남 지지율 과거 대선 후보 득표율 못 미쳐 2030 실용적 성향 ‘탈지역’ 한몫 향후 영호남 지방선거 요동 전망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14~16일, 101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이 58%였다. 대선이 임박했지만 과거 진보정당 후보의 호남권 득표율에 못 미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62%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려 93%로 ‘몰표’를 받았다. 또 다른 투톱 주자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보수세가 강한 TK에서 60%의 지지율을 보여 박근혜(80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대선을 앞두고 도마에 올랐다. 임기 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포기한 데 이어, 이미 이전한 한국예탁결제원마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자 거센 저항이 일고 있다. 주요 여야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추가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하는 마당에 갑작스레 예탁결제원 공공기관 해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산 정치권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무산 이어 금융중심지 육성도 ‘희망고문’ 여야 대선주자 공약과 엇박자 “본사 껍데기만 남겨선 안 돼” 정치권까지 파장 확산 분위기 지난달 28일 결정된 기획재정부의 예탁결제원 공공기관 해제(부산일보 2월 2일 자 1면 등 보도)는 현 정부의 지지부진한 공공기관 2차 이전과 맞물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11월 김부겸 국무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사실상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잔뜩 기대감만 부풀려 놓고는 결국 ‘희망고문’에 그쳤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런 상황에서 예탁결제원이 슬그머니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불만 여론에 불을 끼얹었다. 현재 예탁결제원은 관련법에 따라 공공기관 해제 이후에도 부산 본사, 지역 인재 채용 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